나의 이야기

늦고 헐한 바람이 부는 거리

백수.白水 2011. 9. 27. 19:49

서늘한 가을 바람, 선득한 밤공기.

문득 생각나는 것도, 그리워지는 것도 많은 계절.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이성복  / 그대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늦고 헐한 바람이 부는 거리. 정처 없는 가을.

 -박선희기자-

 

秋分이 지나고 나니 6시가 되어야 날이 훤해지고

저녁 6시면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대강의 느낌으로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음을 알 수 있는 계절입니다.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10시 반쯤이면 어김없이 길을 나섭니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찾아 갈 곳이 너무 많은 가을

들판에 서면 가슴한쪽이 찬바람 맞은 듯 싸해지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늦더위와 가을가뭄 탓에 밭작물은 좀 일찍 낙엽이 들고

누렇게 변해가는 벼와 함께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입니다.

‘부질없는 것들을 버리고 비우는 가을,

허전한 마음의 여백을 만끽해 보라’는 말대로

정처 없는 가을 길을 걷고 자전거로 달립니다.

 

 

 

 

붉은색으로 보이는 나무가 눈에 좋다는 불루베리입니다.

 

잠깐 동안에 쇠비름을 리어카 하나 가득 뜯었습니다.

물에 씻어서 비닐하우스 줄에 걸었습니다. 말려서 동생 지연이 에게 보낼 겁니다. 

 녹두는 까맣게 익는 대로 따고 있습니다.

팥이 다 익었는데 목요일 날 비가 온다하니 금요일에 벨 겁니다. 

 

수수도 알이 여물고 막바지입니다. 

돼지감자도 날이 가무니 줄기가 시들거립니다. 

들깻잎이 완전한 황금빛으로 변했지요. 지금 따서 된장에 박아야 맛있다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