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도 그렇지만 농사로 돈을 번다는 것은 특히 힘들다.
임진강 건너 연천군 백학면에서 혼자사시는 어느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의 비닐하우스
1,000평을 빌려서 알타리를 심었는데 올가을 날씨도 좋고 관리를 잘해서 농사가 정말 끝내주게 잘됐다.
그런데 채소가 늦더위로 전국적으로 풍년이라 가격이 폭락이란다.
채소를 팔려면 인부를 사서 뽑고, 묶고, 트럭에 싣고 내리는 상하차 작업을 통해
공판장에 출하를 해야 되는데 인건비와 운송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수확을 포기해 버렸다.
비닐하우스 임차료, 종자와 비료농약대금 그리고 그간의 인건비가 그대로 날아가 버린 거다.
아는 사람들 뽑아가라고 전갈이 와서 3포대나 뽑아왔다.
김치냉장고용 통으로 2통 김치 담고, 나머지는 이파리만 잘라서 가마솥에 삶아 시래기를 만들었다.
닭을 기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삼계탕용으로 닭을 기르는 사람들은 출하할 때의 규격이 있는데 제때 납품을
하지 못하고 남는 물량은 40-50% 할인가격에 세일을 해버린다. 더 길러봐야 사료비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일하기도 좋은 날, 외출을 삼가하고 밭에서 팥과 밤콩
(품종을 모르는데 색깔이 밤을 닮아서 내가 붙인 이름)을 베었다.
밤콩 줄기채 쪄서 까먹을거다.
완전히 마르지 않은 콩은 밥에 넣어 먹으려고...
다 익으면 밤껍질 처럼 갈색이 나고 밥을 하면 밤 처럼 포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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