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악산 산촌마을의 목탁치는 소.

백수.白水 2011. 10. 8. 16:58

 

강화도 선원사의 목탁 치는 소가 여러 차례 방송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는데,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감악산산촌마을에도 목탁 치는 소가 나타났다.

이곳은 파주적성면 객현1리 배우니마을로, 감악산산촌체험마을로도 불린다. 폐교자리에 들어선 임실치즈학교에는 서울 등지에서 찾아오는 체험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목탁 치는 소는 동네입구 맨 첫 집인 박씨아저씨집에서 기르고 있는 한우 중에 한 마리가 섞여있다.

내가 자주 놀러 다니는데도 소 임자는 내게 한 번도 얘기를 해주지 않았으나 어제 오후에 우연히 내 눈에 띈 것이다.

 

사진 왼쪽에서 3번째 잎을 벌리고 있는 황갈색 짙은 소가 목탁소리를 내는 소.

 

 

가까이 다가온 목탁 치는 소, 어디 인물한번 뜯어보자.

 

 

고개를 쳐들고 혀를 입천장에 부딪혀내는 소리가 영락없이 목탁 치는 소리다. 가끔씩 찾아가서 목탁소리에 맞춰 합장기도를 해야 할까보다.

 

 

박씨아저씨의 "소야 사랑한다."

 

5년 전 이 동네로 귀촌하면서 맨 처음 인연을 맺은 60대중반의 박씨아저씨와 그의 부인.

어린 시절 아버지 따라 이곳에 정착했는데 술을 잘하시고 왕년에 한 주먹 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딸 넷을 낳아 시집보냈고 지금은 한우50여 마리를 기르는데, 밭일을 나갈 때는 경운기에 마나님을 싣고 딸딸거리며 우리 집 앞을 자주 지나게 된다.

기계화영농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어 재래식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힘에 부칠 수밖에는...

육신의 고단함을 술로 풀 때가 많은데 우락부락하게 생겼어도 인정이 많다.

소를 기르는 일 역시 만만찮은 일. 한번은 술에 취해서저놈의 소 새끼들 때문에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 없애 버리자고.. 그래야 내 신세가 편해진다.”고 화를 내더란다.

그래서 아주머니가우리가 소 때문에 먹고사는데 그러면 못쓴다고.. 죄받는다고..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되는 거라고.. 그래야 소도 무럭무럭 잘 크지 않겠느냐.”다독거렸단다.

그러고 난 후 어느 날인가 밖에서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나더란다.

왜 그러나하고 아주머니가 나가 보니 아저씨가 술에 취한 채 외양간 앞에서 소야 사랑한다! 소야 사랑한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더란다.

아마도 주인이 이렇게 사랑해 주니 소가 감동해서 목탁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 남편에 그 부인. 그 집 아주머니의 재미있는 이야기.

 

1. 한번은 초등학생인 외손자가 강에서 참게 한 마리를 잡아들고 와서는 신이 나서 자랑을 하더란다.

그래서 얘야 참게가 너한테 잡힌 걸 보니 눈이 삐었나보다고 했더니 손자가 하는 말,

아니에요. 할머니 여기 보세요. 참게가 이렇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잖아요.

참게 눈이 삐지 않았어요. 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단다.

 

2. 자기가 부녀회장을 하던 시절, 신소리를 잘 하던 이장이 있었단다.

툭하면 여기 면사무소인데요 내일 면으로 나오셔야겠다.”거나

윗동네에 누가 죽었으니 빨리 올라오라고 전화를 한다고.

남편과 함께 부리나케 쫓아 올라가면 매번 허탕... 그런 일 때문에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고...

한번은 그 양반이던지기탕을 해놨으니 먹으러 오라고 하더란다.

던지기탕이 무엇인가 했더니 수제비국을 끓일 때 밀가루반죽을 뚝뚝 떼어 솥에 던지면서 하는 말

"이렇게 끓이니 던지기탕이지라고... 모든 사람이 배꼽을 잡았다.

 

3. 하루는 이장양반이 시장가는 자기부인에게 건방씨를 사오라고 했단다.

그 부인, 종묘상에서 건방씨를 달라고 하니 그런 씨가 어디 있느냐고,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단다.

그랫더니 남편 하는 말, ‘이 사람아 건방에 존칭을 붙인 거야, 그것도 모르고 허탕을 쳐..’그러더라고

 

4. 옆에 있던 심씨아주머니 왈, 자기 공장사람들은 수제비를 뜨데기국으로 부른다고...

반죽을 뜯어서 넣으니 뜨데기국이라고 불러도 헛소리는 아니네. 박씨네아주머니의 말이 이어진다.

옛날 남의 집에 일을 갔을 때 안주인이 왼쪽팔다리만 사용 할 수 있는 반신불구였다고,

점심에 뜨데기국을 끓이는 걸보니.. 밀가루반죽을 자기 허벅지맨살에 올려놓고

판판하게 펴가면서 왼손으로 뜯어서 던지더란다.

아무리 깨끗이 닦았다 해도 그렇지...남자들은 잘 먹는데,

여자들은 비위가 상해서 먹지 못하고 않고 감자나 쪄달라고 했단다.

생각해보면 도마나 허벅지나 깨끗이 닦으면 위생상 문제가 없는 것인데..

엄청 웃었지만 눈물겨운 생존투쟁 아닌가.

 

5. 박씨네아주머니가 어렵던 시절에 털레기국수를 많이 해 먹었단다.

털레기국수는 솥에 물을 붓고 고추장을 풀고, 호박이나 야채를 썰어 넣고 끓이다가,

물이 펄펄 끓으면 국수를 넣어 끓이는 것이 라고 한다.

온갖 재료를 한데모아 탈탈 털어 넣는다고 하여 털레기라하고,

음식을 싹싹 털어 먹어치운다는 이북 말이라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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