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병원응급실에서

백수.白水 2011. 11. 10. 21:39

하나)

80대의 노모. 당뇨가 심하고 노쇠하여 바싹 말랐다. 치매기가 있어 콧속에 집어넣은 공기주입튜브를 자꾸 잡아 빼니 간병하는 40대 중반의 며느리가 애를 먹는다. 며느리가 여럿 있는데 자기만 빼고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 돌 볼 사람은 자신뿐이란다. 내일은 아들이 수능시험 보는 날. 내일 아침은 먹여서 보내야 되는데 간병인을 쓸 수 없느냐고 물으니 응급실에서는 외부간병인을 쓸 수 없다는 간호사의 답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안절부절못하고 몹시 심란해한다. 저 며느리가 효부인데... 아무렴, 착한 며느리가 더 고생을 더하는 거여

 

 

둘)

오후 늦게 70대 중반의 할아버지 한 분이 경찰차에 실려 들어오더니 곧 휠체어로 옮겨진다. 행색은 말끔한데 앉아서 술을 먹다가 옆으로 넘어져 머리를 다쳤나 보다. 병원과 인수인계과정. 경찰이 신원파악을 하는데 자기 이름만 말할 뿐 모든 물음에 ‘전라도 부안’이라는 말만 외쳐댄다. 경찰이 소지품을 조사하니 주민등록증과 의료보험증이 나오는데 1953년생이라는 사실에 몹시 의아해 한다. 구경하는 나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 사람이 힘들게 살고 술로 망가지면 저렇게 빨리 늙는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셋)

60전후의 아주머니, 살집이 좋고 튼튼해 보이는데 목이 답답하고 기침이  맘대로 되지 않는 듯 몹시 힘겨워한다. 성대가 갑자기 마비됐다 하네. 목소리가 제대로 터지지 않으니 목을 잡고 괴로워한다. 40대 초반의 아들이 옆에서 간병을 한다. 검은색서류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걸로 보아 회사원인 듯 한데 어머니 때문에 조퇴를 했나 보다. 연신 손으로 어머니 목을 문질러 준다. 그 손길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넷)

60대 初老. 아주 근사하게 늙어가는 미모의 아주머니, 30대 중반의 멋진 딸을 데리고 왔다. 날씬한 몸매에 야구 모자를 눌러썼는데 어디가 불편한지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괴로워한다. 어머니는 갓난 애기 대하듯 아주 가볍게 등을 토닥여 준다. 한마도 말도 없이 얼굴을 쳐다보고 미소 지으며 아주 조용하게...모정이란 게 저런 거로구나. 나이가 먹어도 품안의 자식인 것처럼 저토록 사랑의 눈길로 말이다.

 

 

다섯)

50대 후반의 남자가 구급차에 실려 들어왔다. 친구 두 사람이 따라왔는데 술 먹다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다네. 의사들이 상태를 확인하는데 심상치가 않다. 내 소견으로는 심근경색이 분명하다. 친구들이 아들한테 급하게 전화로 위급상황을 알린다. 중년남자들 저런 식으로 갑자기 가는 사람이 많다. 오래 살려면 평소에 운동 열심히 하고 술과 담배를 절제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나도 담배를 끊어야 되는데...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  (0) 2011.12.02
요즘! 봄 이야요?  (0) 2011.11.12
2011년 농작물 수확량  (0) 2011.11.06
빈 가을 낙엽비가 내린다.  (0) 2011.11.04
인생도 운동도 폼나게...  (0)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