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밀쳐내는 비가 내린다. 금년 날씨는 어긋난 톱니바퀴 헛바퀴 돌듯 봄에 가뭄, 여름에는 폭염,
가을장마로 줄곧 엇박자를 놓더니 결실기가 돼서는 오랜 가뭄이 지속되어 곡식이 알차게 여물지 못했다.
오늘의 기상정보. 중부지방은 구름이 많겠고, 남부지방은 차차 흐려지다가, 오후 늦게 제주도를 시작으로
비가오기 시작해 남해안에 상륙한 뒤, 내일 전국으로 확대된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 이곳 경기북부지방,
날이 잔뜩 흐리더니 오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지금은 주룩주룩 내린다.
시월 말일 날 심어놓은 마늘은 겨울에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는데 보통은 왕겨를 덮어주나 트럭이 없으니
정미소에서 퍼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서 동해(凍害)방지를 위해 콩깍지를 덮었다.
겨울에도 너무 가물면 생육에 지장을 받는데 오늘 그리고 내일내리는 비를 맞으면 수분공급은
충분할 것 같고 날씨가 영하로 떨어질 때쯤 위에다 흰 비닐을 덮어주면 겨울준비는 모두 끝난다.
학교마당에서는 겨울 난로를 지필 장작패기가 한창이고 농촌 들녘, 벼 수확은 모두 끝났다.
미처 콩 타작을 못한 사람들은 콩더미에 비닐을 치느라 분주하고 김장 무 배추 출하준비를 하는 일손이 바쁘다.
사흘 후면 겨울의 문턱인 立冬. 이제 노란은행잎도 오색영롱한 단풍도 보잘것없이 조락해 간다.
늙은 가을 낙엽비에 마지막 잎새 그 마저 떨궈내면 나무는 헐벗은 채 혹독한 겨울나기를 해야 한다.
궂은비가 스산하게 가슴을 적시며 가을이 간다. 다 떨구고 나면 다가오는 겨울,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조락(凋落) <안상길>
친구여 너는 가고 빈 가을에 바람이 불어온다.
다정했던 날들은 어디에 있나.
바람 속에 헤매는 가랑잎 하나
한잎 두잎 내 마음에도 낙엽 <박선희 기자>
짧아진 해 탓에 금세 어둡게 짙어가는 하늘, 하나둘 떨어지는 색색의 낙엽들, 바람에 떠는 앙상한
가지의 나무를 바라보노라면 감수성이 일렁이고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감소한다. 가을이면 유난히 심신이 가라앉고 울적한 것은 그 때문.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 때는 혼자 앓기보단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함께 극복하도록 하자.
옷깃 파고드는 가을바람 <김화성 기자>
...낫처럼 시퍼렇게 벼려진 달. 스산한 바람. 두툼한 옷차림에 종종걸음. 밤새도록 함석지붕에 간지럼
먹이며 까불어대는 가랑잎들. 추사체로 일필휘지 그리며 날아가는 밤하늘 기러기 떼. 논두렁 마른 풀냄새.
발길에 차이는 서늘한 밤이슬. 지하도마다 새우처럼 잔뜩 웅크린 노숙자들.
마음 편히 발 하나 뻗을 데 없는 삶.고단한 하루 내려놓고, 모로 누운 와불(臥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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