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사 온 이곳, 원당 2리 중에서도 우리 집 근방은
거의 모든 집들이 하나같이 규격화되어있고 북향 아니면 서향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냉전이 심하던 시절
남한사람들이 근사하고 좋은 집에서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주택개량을 한 대북선전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터 잡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여느 농촌마을이나 마찬가지로 자식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고
늙은 노부부만 사는 집들이 많다.
어제는 처음으로 이웃집에 찾아가서 인사를 했다.
외지사람을 배타적으로 냉랭하게 대하는 동네도 많은데
윗집 할아버지나, 나보다 서너 살 더 많은 옆집 부부나
모두 순박하고 정이 많아 쉽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내년 밭갈이를 걱정했더니 옆집 아저씨가 선뜻 자기가 갈아주겠다며
걱정하지 말고 떡살 두말 담가놓았으니 저녁에 와서 떡이나 가져가란다.
과년한 딸 결혼걱정하기에 중매를 약속하고 왔다.
나는 먼저 다가서서 마음을 열어 보이고 손을 내미는 스타일.
사람이 사는 집이든 직장이든 새로 터를 잡고 적응하자면
많이들 낯설어하고 오랜 시간 어색해 하는데
내가 사람을 쉽게 사귀고 어느 곳에서든 적응을 잘하니
아내는 그것하나는 잘한다고 매번 칭찬한다.
사람 사는 세상, 서로 어우러져야 제대로 맛이 나는 법 아닌가.
가까운 곳으로 옮기니 오히려 제자리 잡기까지 꽤나 시일이 걸린다.
보일러실이 허접해서 엊그제 내가 완벽하게 보온되도록 손을 봤지만
꽤나 큰 창고 스레트지붕이 깨지고 부서져서 곳곳에 비가 샌다.
서까래도 오래돼서 서걱거리니 밟고 올라 갈수도 없고..
오늘은 서울에서 작은 형님이 나오셨기에 한나절 같이 일을 했는데
지붕에 올라가지 않고도 완벽하게 천막을 씌워버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평상과 가마솥, 장작, 관리기, 그리고 띄우고 있는
메주뎅이를 해가 가기 전에 조그만 트럭으로 한번 실어오면 정말 끝이다.
내일은 6개월마다 서울대병원에 점검받으러 나가는 날.
마침 아내도 같은 병원에서 진료가 있으니 서울행, 同行이다.
서울 한번 나갔다오면 하루가 간다.
멧돼지를 잡았는데 돼지머리를 준다고 연락이 와서 아내가 가지러 나갔다.
모레는 전에 살던 곳으로 출근해서 가마솥에 삶아서 눌러야 한다.
농사일은 다 끝났지만 이래저래 농촌의 겨울이 그리 무료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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