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먹고 노는 것도 일.

백수.白水 2011. 12. 21. 19:47

농한기, 딱히 하는 일 없이 먹고 노는 게 일이다.

요즘은 거의 매일 너무 거하고 기름지게 잘 먹는다.

5년이나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오니 나도 서운하지만

섭섭하다고 부르는 동네 사람들이 많다.


며칠 전, 목탁 치는 소. 소야 사랑한다. 그 박씨 형님.

개를 잡았다고 부르기에 갔더니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제일 맛있는 부위인 배받이와 갈비살을 꺼내왔다.

둘이서 오붓하게 먹자고 다른 사람은 부르지도 않았다.

배 두드리며 물리도록 먹었는데 내일 모레 또 나오란다.

무엇을 준비해 놓고 부르는지...


다음날은 싱겁기 그지없는 맹씨가 고맙게도 이삿짐을 날라주었다.

통구리라는 곳에 가서 오리더덕구이를 먹었다.

오리고기와 더덕에 갖은양념을 해서 구워먹는데

더덕의 향이 진하고 연해서 색다른 맛이 난다.

거의 매번 남자들 틈에 여자는 우리 마누라만 끼는 형국이고

이번에도 말 많은 맹씨 혼자서 씨부려댔는데 기억에 남는 말이 별로 없다.


어제는 삼각형의 꼭짓점에 사는 세 사람, 우리 마누라 이렇게 넷이서

파주 탄현에 있는 뱀장어 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밥과 김치 그리고 구워먹을 고구마를 미리 준비했으니 오지다.

노래방을 찾았는데 술이 제대로 취하지 않아서인지 노래가 잘 안 된다.

수첩에 노래번호를 적어 다니는 백학의 임사장은 한곡도 못 부른다.

술을 안 먹고도 잘 노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참으로 존경스럽다.


내가 살던 곳에서 아직 가마솥을 떼어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돼지농장 이사장이 그곳에다 옻닭을 삶았다.

닭이 네 마리. 너무 크고 실해서인지 8명이 먹었는데도 한 마리가 남는다.

장을 따뜻하게 다스려준다는 옻닭, 그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속을 잘 다스려야 앞으로 술 한 잔이라도 더 먹지


정을 붙이고 정이 드는 것도 어렵지만 정을 떼기는 더욱 힘들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옛 동네를 찾아다닐런지?

오늘은 눈이 내렸는데 내일은 엄청 춥다네.

옷 따습게 입고 나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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