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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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자작시 '금줄'

백수.白水 2011. 3. 18. 14:42

 2011.3.18(금) 농사메모

 

멈칫거리다가 한 걸음에 달려온 봄. 한마디로, 화창하다.

돼지농장 이사장이 트랙터 끌고 와서 겨우내 밭에 쌓아두었던 쇠똥을 폈다.

백학 임사장부부도 놀러와 같이 읍내에 나가 막걸리에 점심 먹고.....

이제 오늘의 일은 끝,

글쓰기 마치면 낮잠이나 한숨 잘 일이다.


시가 어렵다. 참 어렵고 난해하다.

꼬고 뒤집고 비틀고 감추고, 애매모호.....

곳곳에 유식한 영어 한 두마디씩 끼워넣어 사람 기를 죽인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쉽게 시 한수 썼다.

 

 

금줄


들어오지 마라

금을 넘지 마라

밖에서 떠들어도 안된다.


왼새끼에 드문드문

숯과 고추를 끼운 대문 앞 금줄

봄바람에 흔들거린다.


깊이 알면 다친다는

섬뜩한 경고


그래도 안을 기웃거리는 나.

< 양샘 >

 

 

 

극서정시 몇 편


거품 향기, 찬 면도날

출근길 얼굴

저미고 가는 바람


실핏줄 얼어, 푸른 턱

이파리 다 떨군

나뭇 가지


낙하지점, 찾지 못해

투명한

허공 깊이 박혀


눈 거품 얇게

홍시 얼굴 하나

< 최동호의 ‘얼음 얼굴’>


 

30층쯤이면 구름체계와 연대하는 창구가 왜 없겠는가?

창 열어놓고 담배를 거푸 피워대는 이는

어쨌든 구름 공장에 잠입하여 하얀 직원이 되는 걸 꿈꾸겠지?

<이하석의 ‘구름’>


 

발은 객지(客地)

죽어라 하고 뛰어내린 곳이 삶

< 머나먼‥, 조정권 >


 

별없는 깜깜한 밤

유성검처럼 광막한 어둠의 귀를 찢고 가는 부싯돌이다.

< 시, 최동호 >


 

제 18번곡만 온몸의 생황으로 줄곧 불어대는 새.

우리들의 신청곡을 받지 않네.

< 새1 >


 

매화 날리는 강가 달매화 뜬다.

파 한 단 달 따라 간다

< 조정권 ‘달매화’ 전문 >


 

활짝 핀 나팔꽃

콧구멍


발굽 밑 뽀얗게 굶주린

대지


자욱한 구름 위로 날 선

말갈기


흙먼지 하얗게 들끓는

땀방울

< 최동호 ‘경마장’>



극서정시란?

 

-.소통불능의 장황하고 난삽한 서정시의 유행을 반성하고 한국 시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쓴 극(極)서정시.


-.요즘 시집들은 읽는 데 매우 어렵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서정시 본연의 형식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 시가 너무 기괴하고 장황해졌다.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명징한 서정시로 시의 정도를 가보자는 뜻에서 극서정시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됐다


-.극도로 축약해 행간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이 트위터시대, 디지털 시대 코드와도 맞는 방향.

이에 공감하는 원로, 중진, 젊은 시인까지 서정성을 중심으로 시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최근 시단의 경향을 ‘곤혹스러움’이라는 단어로 압축하면서 요즘 시들은

자칫 시인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시의 흐름에서 지식으로 분석되는 시들에 상애적인 피로감이 있다.

이를 극복하는 형태로 엄청난 생략과 여백으로 굉장한 긴장을 줄 수 있는 한 줄 시를 시도했다.

 

 

-.길게 쓸 필요가 있으면 길게 써야 하겠지만 다만 그동안 언어가 너무 혹사당하고 거칠어졌기 때문에

언어의 경제학과 함께 언어의 위생, 청결성 까지도 생각해봐야 할 때.


-.극(極)이라는 단어가 주는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시를 쓰고 읽을 필요가 있다.


-.의미론의 하중에 지쳐 있는 한국 시단에 언어의 율동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시도.


-.지향점을 짧고 알기 쉬운 ‘극(極)서정시’라고 규정했다.

서정시’ 앞에 ‘극’이라는 문패를 붙인 것은 언어를 최대한 줄이고 압축하되

행간의 의미가 넓고 깊이 있는 시를 써보겠다는 뜻이다.

 

 -.짧은 형태의 시, 즉 언어경제학을 지향하는 서정시가 바로 극 서정시.

 요즘 시에서 느껴지는 권태로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서정은 시의 기본적인 바탕"이라며 "독자에게 부담주지 않고 가볍게 소통하길 바라고 썼다.


-.우리 시단에 장황한 시가 한동안 풍미해왔다.

짧고 간결하고 여백이 있으며 명징한 극서정시를 통해 원로와 중진, 젊은 시인이 소통하자는 취지도 녹였다.

소통을 지향하는 디지털적 집약의 시가 극 서정시"


 -.오늘날 시의 위기는 독자들과의 소통 부재에서 왔다.

난해하고 기괴한 시보다는 짧고 함축적이며 서정적인 시로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혀야한다.


-.의미론적 하중(荷重)에 지쳐 있는 한국 시단에서 중견 시인들이

언어의 율동, 감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기회다.

몇 년 전 젊은 시인들이 환상과 실험적 성격의 시를 보여줬던 것의 대척점에 위치한 서정시의 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짧고 간결한 시로 소통 가능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써보자는 얘기다.

예술사적으로 보면 시의 미니멀리즘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아주 명징한 시다.


-.서정시는 대개 짧고 압축적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긴 여운과 명상의 몫을 남겨둔다. ‘


-.그동안 시 언어들이 너무 과소비로 치달아 왔고 언어를 혹사, 학대하고 거칠게 다뤄온 것을 반성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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