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못생긴 달이 떴네.

백수.白水 2011. 3. 17. 20:13

2011.3.17(목요일) 농사일지.

 

내일부터 기온이 올라간다 했는데... 약속위반.

아침 먹고 나니 날씨만 화창하고 봄바람이 잦아들었다.

위에 밭 300평. 몇 년 놀려놨더니 밀림이다.

산에 불을 놓아 밭 일구는 화전민처럼

하루 종일 불을 놓아 풀과 나무를 태웠다.

 

봄바람이라고 하는 게 원래 일정한 방향이 없이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불었다 잦았다. 서풍도 불고 금방 북풍으로 바뀌고.....

풍향을 감안해 조심조심 불통이 다른 데로 튀지 않도록 하다 보니

오후 5시 반에 마무리했다.

 

조금만 농사를 지으면 나 먹을 건 나오는데 이것도 욕심.

그러나 땅을 놀리는 것은 죄악이다.

돼지고기에 두부 넣고 고추장 풀어 찌개 만들고

소주 한 병에 기분은 짱 짱 짱....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라도 낙역재기중이라....

 

술김에 사랑하는 손자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는데 받지 않겠다며 딴방으로 피해버렸단다.

지난주 올라왔을 때 돼지감자 캐고 씻고 체험학교에 가서 레일 썰매 태우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라고 내가 그렇게 계획을 세워서 열심히 했는데, 배신?

그렇지 뭐, 사랑이라는 건 그저 주는 거지.....

언제 우리 손자가 나 보고 사랑을 해 달라했나.

사겠다는 말 한마디 없었는데, 물건 덥석 보내놓고 물건 값 내라는 것과 똑 같은 나쁜 거래.

 

세상사 모두가 그렇다.

좋으면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저 나 혼자 사랑하면 될 일을....

눈썹달도 반달도 그렇다고 보름달도 아닌 아주 못 생긴 달이

오늘 밤 파란 하늘을 훤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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