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天地之間 其猶橐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다언삭궁 불여수중
天地不仁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以百姓爲芻狗
천지불인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이백성위추구
天地: 하늘과 땅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이세상이요, 대자연이다.
쥐죽은 듯 고요할 때 천지가 고요하다고 하고 같은 말로 세상이 조용하다고도 한다.
仁: 어질다, 불쌍히 여기다, 어진 이, 현자(賢者) 등의 의미를 지니는데 한문을 번역할 때 어떤 의미를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여기不仁에서는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 적절하다. 자연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활동을 할뿐이고 사람과 세상만물은 혜택을 입으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지진과 해일, 태풍과 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고 난을 겪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가 흔히 하느님도 무심하시지라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천지가 자연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인자하지도 않으니 不仁하게 보이는 것이요 이는 곳 무위(無爲)인 것이다. 自然이란 한자를 직역하는 대로 저절로 그러함이고, 무위(無爲)는 한자로 풀면 함이 없음인데 있는 그대로라는 말이다. 따라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함은 있는 그대로, 저절로 그러함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자연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필요와 법칙에 어떠한 일을 하는(爲) 것인데 사람이 자연을 볼 때 함이 없슴(無爲)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참고] 不仁에 대하여
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우호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뭄이나 홍수뿐만 아니라 추위나 더위, 각종 질병 등 우리가 겪는 어려움 가운데에는 자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예측과 예방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과학으로 막을 수 있는 자연재해에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 자연이 주는 피해를 모면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자연으로 인해 고난도 겪지만 이 자연은 생명을 탄생시키고 길러내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여름의 무더위와 뜨거운 햇볕은 인간에게는 괴로움을 주는지 모르지만 과일을 여물게 해야 하는 유실수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고통이나 혜택은 자연의 의지와 신념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천지(天地)는 무심(無心)하고 불인(不仁)하다. 선악을 가리지 않고 시비를 따지지 않으며 有不利를 가늠하지 않는 것이 天地며 이것이 自然의 마음이다. 자신에게 부정적이라고 멀리하거나 보복하고 긍정한다고 가까이 하고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은 재거나 지어내거나 계획하거나 꾸미거나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不仁한데 이 ‘불인’은 무위(無爲)의 다른 표현이다. 자연이 일본을 미워하거나 증오해서 일본에 처절한 재난을 안겨주고 한국은 사랑하고 아껴서 그러한 시련을 주지 않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의 태도대로 하자면 인간도 자연의 덕택에 감사할 필요가 없고 자연의 횡포에 분노할 이유도 없다. 자연이 드러내는 처신은 덕택이나 횡포와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이 자연의 공정함이며 그래서 인간은 이러한 공정한 자연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김준기 인천대 객원교수/ 인천신문/ 경쟁의 공정성 발췌>
[풀이] 天地(대자연)는 不仁(無爲)하여 제사상의 풀 강아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세상만물에 그저 무관심하고, 聖人도 역시 자연처럼 백성들을 간섭하지 않고 무위(無爲)로 대한다.
天地之間 其猶橐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다언삭궁 불여수중
芻狗: 여기서 芻는 꼴(짐승에게 먹일 풀), 짚 등의 뜻이 있으니 추구란 짚으로 만든 개라는 뜻이다. 옛날 중국에서 제사 때 제상에 올렸는데 제사가 끝나면 버리던 물건으로 필요할 때만 쓰고 소용이 없을 때는 버리는 아무 가치가 없게 되어버린 물건을 말한다.
猶: 오히려, 마땅히, 원숭이, 같다는 뜻이 있으며 움직일 요(=搖)로도 쓰인다.
풀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풀무는 아마 짐승 가죽을 통채로 벗겨서
만든 초기의 가죽풀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가죽풀무가 있기는 하지만..
槖籥: 탁(槖)은 전대, 풀무, 절구질하는 소리 탁이요. 약(籥)은 피리 약자로 탁약은 풀무를 일컫는다. 풀무는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거나 또는 녹이기 위하여 화덕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기구. 다른 말로는 ‘궤풀무’라고도 하는데, 이는 생긴 모습이 마치 상자 모양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또한,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쓰여 지는데 전라도 일부지역에서는 ‘불메’라고 하며, 제주도에서는 손풀무를 ‘불미’, 발풀무를 ‘발판불미’라고 한다. 또한 농사짓는 쟁기를 주로 만든다 해서 ‘보섭(보습)불미’라고 흔히 부른다. 불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일로, 처음에는 좁고 긴 관을 통하여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도록 만들었으며 이것이 점차 기능적으로 발전되어 오늘날의 풀무 모습이 되었다. 모양은 네모난 통에 한 쪽은 가죽으로 막은 손잡이와 공기흡입구를 두고, 다른 한 쪽은 풍로(風路 또는 송풍구, duct)를 끼워 화덕의 밑 부분과 연결한다. 화덕 가운데에는 쇠를 녹이는 흑연으로 만든 도가니가 놓이게 된다. 풀무손잡이를 잡아당기면 흡입구를 통하여 공기가 들어가고, 손잡이를 밀면 가죽막이에 의하여 압축된 공기가 풍로를 따라 화덕으로 들어간다. 이와 같이 밀고 당기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화덕의 불온도를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풀무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손잡이를 밀고 당기는 손풀무(橫式)이고, 다른 하나는 발로 밟아서 바람을 내는 발풀무(縱式)이다. 손풀무는 크기가 중형·소형으로서 소규모 대장간이나 금속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이며, 발풀무는 쟁기를 만드는 큰 대장간이나 대규모 공사장의 임시대장간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愈: 나을유, 어질유, 더욱유, 같을유, 심할유 인데 여기서는 같을유로 해석하면 된다.
數窮: 數는 주로 셈수라 하지만 팔자수로도 쓰이며 자주 삭, 여러 번 삭으로 쓰인다. 궁(窮)은 다할 궁, 가난 할 궁이다. 따라서 삭궁(數窮)이란 운수가 흉해진다는 말이다.
[풀이]天地之間은 그 모습이 풀무와 같구나. 풀무는 텅 비고 쭈그러들지 않았지만 풀무질을 하면 쌕쌕 소리를 내며 세차게 바람을 내 품고 이내 쭈그러든다. 사람도 이와 같이 말을 많이 쏟아내면 팔자가 궁색해지니 마음속에 담아두느니만 못하니라.
[정리]
天地(대자연)는 不仁(無爲)하여 사람들이 제사상의 풀 강아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세상만물에 그저 무관심하고, 聖人도 역시 자연처럼 백성들을 간섭하지 않고 무위(無爲)로 대한다.
天地之間은 그 모습이 풀무와 같구나. 풀무는 텅 비고 쭈그러들지 않았지만 풀무질을 하면 쌕쌕 소리를 내며 세차게 바람을 내 품고 이내 쭈그러든다. 사람도 이와 같이 말을 많이 쏟아내면 팔자가 궁색해지니 마음속에 담아두느니만 못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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