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세월의 강둑에 서있는 우리가 흐른다.

백수.白水 2011. 3. 27. 14:24

    

 

      2011.3.27(일) 농사일지.

아침식사 후 삽질로 밭이랑 하나 만들었는데, 앞으로 네고랑 더 만들어야 한다.

급할 것은 전혀 없으니 틈나는 대로 쉬엄쉬엄 할 일이다.

이사장 트랙터가 몰고와 쇠똥 펴놓은 밭 전부 갈아엎었고

같이 나가 백학 순대국집에서 막걸리에 점심 먹었다.

그 집은 순대국 시키면 막걸리는 먹고 싶은 대로 공짜다.

 

오후 2시에 임실피자체험학교에서 3반 단합대회 한다고 반장이 찾아 왔는데

마누라 아파서 병원가야 된다는 핑계를 대고 사양했다.

아직 콜록거리며 목소리도 변했는데 툭하면 불러대니 집 비우면 되나.

마누라도 남편 없으면 시골생활 완전 개털인거 알기나 할런지 모르겠다.

 

이제 5월초에 로타리치고 고추부터 심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영농철로 접어들게 되는데

세상사 다 그렇지만 특히 농사는 때가 있다. 때맞춰 심고 거두어야 하는 거다.


내가 농사를 지으면서 자주 생각나는 말이 있다.

내가 명동에서 근무하던 시절.

충무로 사진작가 한분이 자기작품을 화보집으로 만들어 보내 주셨다.

인사말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강물이 흐르고 세월이 간다고 하지만 정작 흐르고 가는 것은

세월과 강물이 아니라 강둑에 서있는 우리 자신이 아니겠느냐고...

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만 떠나가는 거고,

歲月이 간다는 말은 해와 달이 간다는 얘기고

날이 샌다는 말은 날 즉 해(日)가 뜬다는 얘기인데

 

사실은 해와 달이 어디로 가는게 아니고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사람이 세월이라는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24절기표를 보자.

우리는 지금 춘분을 지나서 청명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청명 무렵에는 나무에 물이 오르고 뿌리가 내리니 나무를 옮겨 심을 일이고

입하 때는 서리가 내리지 않으니 노지에 작물을 심으면 되고

자귀나무에 분홍꽃이 필때는 팥을 심고 ..............

 

절기표 처럼 세월 즉 해와 달은

어디로 떠나지 않고 저렇게 그대로인데

우리가 세월을, 세월의 강둑을 걸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걸어서 한 바퀴돌면 1년이 되는거고....

다시 시작해서 걷지만 작년에 걸었던 그 길 그 궤도대로

똑 같이 걷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발걸음 할 때마다 다른 길,

때로는 엉뚱한길을 걷다가 질퍽거리고 넘어져 엎어지고

어찌어찌 하다보면 한 바퀴 다 돌아 일년이 되고

뱅뱅 돌다보면 나이를 먹고 근력이 다 떨어지면  

그저 저 세상으로 가게 되는데

 

우리, 어떻게 세월의 강둑을 걸어가야 할까?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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