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불편한 친구

백수.白水 2011. 3. 22. 05:49

네이버블로그와 이곳 양쪽을 왔다 갔다 하려니 좀 헷갈리고 불편하다.

역사나 한자 농사이야기 등 고리타분하고 무거운 것들은 그쪽에 남겨두고

나의 이야기 등 가벼운 짐들은 하나씩 이쪽으로 옮긴다.


 

길 건너 맹씨.
내가 현직에 있을 때 회장님이 식사자리에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남자가 살면서 겪는 일 중에 3대 불행을 꼽으라면

첫째가 초년 출세요, 둘째가 중년 상처고, 셋째는 말년 궁핍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시죠.

 


상처한지 20년이 넘도록 아직도 홀로 사는데

밥은 연로하신 어머니가 해주시다가 얼마 전에 노환으로 입원하셨고요

아들 둘은 아직 장가를 안갔지요.
외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면 항상 가슴이 짠하답니다.
원래 목소리가 화통 삶아 먹은 듯 커서 전화를 하면 우리 집까지 다 들려요.
농사는 많은데 좀 대충대충 하는 듯 보이고 싱겁게 신소리를 잘하지요.

 

하루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헐레벌떡 달려 왔더랍니다..

『큰일 났어요 저 앞에서 대형교통사고가 났는데 시체가 즐비하고 여럿이서 치우느라 난리가 났다』고.

동네아주머니들 모두 깜짝 놀라 어디냐고? 사람이 얼마나 죽었느냐고 물어 봤다네요.
그랬더니 맹씨가 한참 뜸을 들였다가 하는 말이

『개미들이 저 앞 큰길을 떼지어 지나가다가 트럭에 깔려 죽었는데 다른 놈들이 잔뜩 몰려와

시체 물어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고...』그러고는 휙 가 버리더랍니다.

언제나 남의 말 가로채고, 반대쪽으로 뒤집어 우기고, 자기 말만하고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말상대하기 참으로 불편한 친구. 
그래도 안보이고. 목소리 안 들리니 궁금하고 걱정되네요.

<2010.11.10> 

 

 

        2011.3.21(월) 농사일지

어석거리는 서릿발을 밀어올리고,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봄바람에 적당히 마른 요즈음의 밭 흙이 일 년 중 가장 보드라운 때다.

5월 초순경이 되어야 본격적인 밭농사가 시작되지만 우선 추위에 강한 시금치를 뿌리고

작년에 씨 뿌려놓았던 도라지를 옮겨심기위해 큰이랑 두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밭 300평에 지난주 불을 놓아 초목을 태웠는데

오늘은 잡초예방과 땅을 부드럽게 할 목적으로 관리기로 로터리를 쳤다.


그런데 관리기(경운기 비슷한 기계)로 밭을 갈다가

그만 후진기어를 잘못 넣는 바람에 개울로 처박혀 흙탕물 뒤 집어 쓰고 말았다.

내 키보다 조금 더 깊은 도랑, 기계의 힘에 밀려 핸들을 잡은 채로 내가 먼저 뒤로 벌렁 떨어졌고

뒤따라 덮치는 관리기를, 유도할 때 그 자세 있지 않나. 누우며 메치기 기술.

순간적으로 발로 밀어내 옆으로 떨어뜨렸으니 내가 생각해도 순발력이 기막히게 좋았다.

긴급 호출 받고 쫓아올라온 울 마누라, 진흙 덮어쓰고 멀쩡하게 서있는 내 꼴을 보더니

한참을 웃어재꼈다. 오른발 정강뼈 조금 다쳤다. 

농촌에서 경운기사고로 죽는 사람이 가끔 나오니 조심할일이다.

 

이런 시골은 모두가 농장주니 다 사장으로 부른다.

나도 밭농사 조금 짓지만 명색이 농사꾼이니 사장으로 불리는 거고

앞집에 사는 맹사장이 대형트랙터를 끌고 와서 끌어내줬다.

참 고맙다. 그러나 열심히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지만

오늘도 머리에 남는 얘기가 없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욱 조심해야 되고,

인생사 승승장구할 때보다 기울기 시작하며 뒤로 밀릴 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비와 당뇨에는 뚱딴지를 먹어라.  (0) 2011.03.26
소야 사랑한다 !  (0) 2011.03.23
구정물통에 빠져버린 달  (0) 2011.03.20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0) 2011.03.20
자작시 '금줄'  (0) 2011.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