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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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물에 빠진 두부는 못 먹는다고..

백수.白水 2012. 11. 28. 21:17

나는 고구마를 싫어하나 아내와 큰며느리 그리고 손자들까지도 고구마를 아주 잘 먹는다.

그런데 음식 가림이 심한 큰 손자 우빈이는 고구마중에서 호박고구마는 절대 먹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고구마에서 호박냄새가 나는 것이 그리도 싫단다.

호박고구마는 육질이 호박처럼 노랗고, 밤과 호박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맛이 나며 당도가 아주 높다. 그리고 밤고구마는 포근포근하지만 호박고구마는 물렁물렁한 편이다.

실제로 호박냄새야 나지 않지만 호박고구마라는 이름이 주는, 당연히 호박냄새가 날거라는 선입견이 미각을 지배하는 뇌에 작용한 탓이다.

 

오늘오전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만둣국을 먹던 우진할머니.

아는 사람이 자기 집으로 건강식품을 팔러 왔더란다. 약장사가 열심히 선전을 하는데

보조로 따라온 여자가 정신없이 기침을 계속하더라고.. 참다못한 우진네 할아버지가

야 이 사람아, 약장사 하려거든 이 여자 병부터 고쳐, 이래서 약장사 해 먹겠어?’라고 면박을 줬더니 약장사가 하는 말 그래도 이 약을 먹고 이만이나 하다고 해서 같이 들 웃고 말았다고..

 

뒤이어 이제 농사도 끝났으니 두부나 만들어먹자는 얘기가 나왔고, 말 끌에 우진할머니가 자기 사위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우리사위는 물에 빠진 두부는 절대로 안 먹어라며 정색을 한다. 그 말에 모두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얼마나 웃었는지..

30후반의 공무원인 그 사위,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국이나 찌개 등 水中에 있는 두부는 못 먹고, 뭍에 있는 두부만 먹을 수 있다는 것. 혹시 물에 대한 공포증은 아닐는지..

 

서울에 살다가 귀향하여 아산 둔포에 살고 있는 성우아빠. 김치나 깍두기에 새우가 들어가면 난리가 난다. 형체가 보이지 않도록 갈아서 넣어도 까만 새우눈알을 귀신같이 찾아낸다고..

새우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먹겠느냐고 항변한다.

멸치의 머리를 떼어내지 않으면 못 먹는 사람도 더러 있다.

왜 그럴까? 눈싸움에서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에서 보니 탈북미녀가 메뚜기볶음, 참새구이, 개구리뒷다리 먹는 것을 보고는

출연한 젊은 연예인들 모두 마치 혐오식품을 먹는다는 듯 기겁을 하며 진저리를 치더라.

나이 좀 먹은 시골출신들은 어릴 때 이런 것들을 맛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고,

지금은 고급한정식집이나 호텔뷔페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별미인데, 今昔之感이다.

 

나는 달달한 음식을 좀 멀리하긴 하지만, 없어서 못 먹고 안줘서 못 먹을 뿐이지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두루 잘 먹는 편이다.

요즘 젊은이들, 이제 섭생에서도 자연과 멀어지며 많이 나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살면서 무엇을 먹어서 몸이 좋아지고, 무엇을 먹고서 병이 나았는지 모른다.이리저리 너무 가리지 말 고루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서 건강하게 잘 살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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