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사발농사.

백수.白水 2012. 12. 5. 15:23

         뚝 떨어진 날씨.

 대설주의보!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인적도 새소리마저도 끊겨버린 동네,

하얗게 고요가 쌓인다.

 

아침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오늘도 아내는 부리나케 마실 나가고

텅 빈 집안은 절간이다.

 

겨울을 사는 시골사람들.

이집 저집에서 잔치를 한다.

고마운 사람들을 불러 같이 먹고 마시는

일종의 추수감사제.

 

어제 우진네가 개를 잡았다.

다섯 집이 부부동반으로 모였는데

화제만발 시끌벅쩍 완전 난장판,

어찌하다 점심에 저녁까지 해결했다.

 

천방지축 개념 없이 신소리 쏟아내는 싸움닭

경상도 아줌마 남씨 부인,

자기가 내는 것도 아닌데

'다들 사발농사를 짓느냐.’며 핏대를 올린다.

처음 듣는 말 사발농사!’

사발(沙鉢)에 짓는 농사라는 뜻으로

밥을 빌어먹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인데

일자무식 시골아줌마의 내공이 새삼 놀랍다.

 

이리가나 저리가나 담배가 문제,

집안에서 담배피우지 말라는 여자들의 성토.

조용히 듣고 있던 간 큰 남자 이층집 이사장,

한참을 놀다가 진지하게 한마디 던진다.

여자들 잠깐들 나갔다오쇼

여자들 의아해하며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 담배 좀 피우려고, 그러니 잠깐 좀 나갔다 오라고...’

 

어제 주문진으로 여행을 다녀온 명순아줌마가 회를 떠 왔다나?

신이나서 쫒아간 마누라 여적 점심 챙길 기미가 없다.

 

이런 날 난 혼자가 좋다.

이한겨울 굴속의 다람쥐는 어찌 지낼까?

눈 속에 묻혀 우리민족의 시원인 바이칼호로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역사여행!

이만한 즐거움어 또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