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옥중으로 날아가는 편지.

백수.白水 2011. 4. 7. 12:54

골프연습장에서 알게 된 분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

스치는 인연이 깊어져 마누라와 언니 동생하며 지냈는데 편지는 내가

매일 아침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유모어 위주의 인터넷서신으로 보내고 있다.

우리 마누라 인터넷, 컴퓨터, 이런 데에 도통 흥미가 없다.

어제 답장을 받고는 오늘 육필로 끼적거리더니 내게 던져주며

컴퓨터로 쳐서 보내 달란다.


언니!

잘 지내고 계시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몸도 마음도 다 내려놓고 편안한 생활을 하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적응을 잘 하시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몹시 춥던 겨울도 잘 지냈는데 따뜻한 봄날에 감기로 시작해서

예상치 못한 증세로 입원했다가 퇴원했어요.

다행히 검사결과가 잘 나왔어요.

특이체질인 것 같아요.

예민한 체질이라고 담당교수가 웃더라구요.

 

언니 말대로 가슴에 담아 두는 게 많아 스트레스가 쌓였나 봐요.

마음은 많이 편안해 졌는데 밥맛이 없고,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만들기도 싫고,

아직 회복이 덜돼서 그런지.....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언니 생신이 4월 14일이네요.

그 동안 면회 못가서 언니 생신 때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것도 마음대로 될 것 같지 않아 속상해요.

언니 얼굴본지도 오래돼서 보고 싶은데....

밥 잘 먹고 회복해서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형부하고 약속해서 한번 갈게요.

 

올해는 특별한 생신이라 생각하시고

같이 계신 분들하고라도 즐겁게 보내세요.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힘내시고 파이팅 하세요.


동생드림.

 

오늘 날이 흐린탓일까? 마음이 조금 무겁다.

두리의 불방에 실린 시가 생각난다.

이제 나가서 산길이나 걸어야 겠다.

 

사람이 아프다.

사람들 사이 부대낌이 아프고

스치듯 사라지는 찰나적 인연에도

절절한 슬픔을 만난다.


사람이 아프다.

살을 에이는 추위에도 잘 견디다가

사소한 다툼에 상처를 받아

울컥 쏟아져 흐르는 눈물을 접한다.


사람이 아프다.

삶에서 제일로 중요한 것은

적응과 순응이란 걸 알면서부터

더욱 그러지 못하는 불협화음의 나를 발견한다.


사람이 아프다.

선명선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을

우리들 열린 가슴을 따스하고

부드럽게 감싸주기 보다는

더러 견딜 수 없는 실망을 가져다 주기도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고통으로

우리네 가슴에 상처를 내기도한다.


사람이 아프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아프고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아프다.

사랑하면 사랑해서 아프고

외로우면 외로워서 아프다.


사람이 아프다.

아니 어쩌면

사람이니까 아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