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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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죄라면 그저 살려고 몸부림쳤던 것뿐.

백수.白水 2012. 12. 24. 10:45

북풍한설 칼바람치는 겨울들판, 기러기떼 구름인양 북녘하늘을 날고

강물은 얼어붙어 꽁꽁, 황포돛배를 꼼짝없이 매어 놓았다.

모든 것들이 말라비틀어져 바스라진 쓸쓸한 강둑, 세월을 탓하며 걷는 길,

망할 놈의 꽃이라고 지청구하며 사정없이 쳐내던 쓰잘데 없는 잡초,

망초꽃 예쁘게 보풀어 올라 하얀 서러움을 달래준다.

개망초! 죄라면 그저 남의 땅에 발붙이고 살려고 몸부림쳤던 것뿐인데..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민들레홀씨처럼 세가 강한 것이 천지사방 두루 멀리 퍼진다.

단군 이래 최고의 부흥기를 맞이한 우리한민족, 凍土의 시베리아 로 부터 열사(熱砂)의 땅 아프리카의 오지에 이르기까지 사람발길이 닿는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가 잔디처럼 질기게 뿌리내리니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스스로 우리민족의 강인함과 진취성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법, 비워지면 다시 채운다.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천지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땅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며 찾아드는 흑인과 백인 그리고 우리와 피부색이 같은 이웃나라 황인종까지 우리와 같이 어울려 사는 외국인이 그 얼마인가.

 

겨울날, 물동이에 눈이 내리면 시간이 지나면서 스르르 녹아들어 마침내 한물이 된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古來로 여러 종족이 섞여들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살아가면서 언어와 풍습,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한 민족이 된 것이다.

 

세계로 진출한 우리민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우리나라로 찾아들어 살고 있는 외국인을 마치 망초와 개망초 무시하듯 멸시하고 배척하는 자세는 지극히 편협한 일이며 온당치 못하다. 한 물동이에서 더불어 살다보면 모두 한물이 되는 것 아닌가.

 

멀리 북녘하늘로 날아가는 기러기떼

나무를 타고 올라 솜처럼 보드라운 꽃을 피운 덩굴, 이름은 모른다.

망초는 구한말 개항(1876)이후 유입되어 경술국치(1910)를 전후해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하여 망국초 또는 망초라 부르게 되었다. 망초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철도공사를 할 때 철도침목에 묻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귀화식물이다.

개망초. '둘레는 하얗고, 가운데가 노란' 계란프라이 꽃. 돌잔 꽃(북한). 논두렁밭두렁, 무너진 집터, 공사장 후미진 곳 등 어디서나 하얗게 떼 지어 피는 꽃. 뽑고 또 뽑아내도 끈질기게 번지는 억세고 강인한 잡초. 농부들이 가장 미워하는 풀 중 하나. 오죽하면 망할 놈의 풀(망초)’도 모자라 자까지 붙었을까. 하지만 개망초는 억울하다. 죄라면 그저 살려고 몸부림쳤던 것뿐. <김화성>

개망초는 망초보다 꽃이 크고 분홍색이 돌며 예쁘지만 망할 놈의 꽃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냐고 ''자를 붙여서 망국의 분노를 표출하였다고 한다.

강아지꽃

임진강 두지나루

돛을 내리고 멈춰선 황포돛배

 

파주 헤이리마을 프로방스에서

 

 

 

 

 

 

 

 

 

앞산에 바로 보이는 곳이 파주영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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