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태산! 힘이 좋고 순한데 머리가 둔하다.
이름: 도기! 훈련을 받아 매우 영리하다.
지금은 두 마리다 창원에 내려가 있다.
골고루 다 모였다.
이 놈이 수컷 기러기
흰색 큰 놈이 거위다.
겁이 많고 말썽을 잘 부리는 염소
내가 처음 이 곳으로 들어와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일은 가축을 기르는 일이었다.
밭 가운데 백여 평. 전에 살던 사람들이 개 사육을 위해 쳐 놓았던 철망울타리가 그대로 있었으니
나는 얼기설기 잠자리만 마련해 주면 될 일. 많이 길러 우리 집에 찾아오는 이들과 잡아먹을 생각이었다.
알도 먹고, 고기도 먹고 근사하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욕심이 과했다.
여자들 보양식으로 좋다하니 농사지으며 고생할 마누라 잡아주려고 염소를 사들이고,
고혈압에 좋다는 기러기. 거위, 칠면조, 오리, 닭, 오골계에 관상용 꽃닭까지
한울타리 안에 전부 집어넣었다.
물론 네발짐승이라 염소 막은 따로 짓고, 닭과 오골계 꽃닭은 습한 걸 싫어하니
기둥을 박아 땅에서 좀 높여 집을 짓고 횃대를 건너 질러줬다.
나머지 기러기, 거위, 오리, 칠면조는 땅바닥에서 잠을 잘 자니
비올 때를 대비해서 위에 지붕만 얹어주면 되었고....
기르다가 마음이 변해 언제 때려치울지 모르니 축사 제대로 잘 지을 필요도 없었고,
재주도 없으니 남아있는 폐자재를 이용해서 대충 짓고 말았다.
가축을 기른다는 것 그거 보통일이 아니다.
이 지역에 군부대도 많고 음식물처리공장도 있다. 닭 몇 천수, 돼지 몇 백 마리 기르는
중규모이하 농장 대부분은 배합사료 사서 먹이면 수지가 잘 맞지 않는다고 짭밥(殘飯)을 먹인다.
나도 염소사료는 구입했지만 짭밥은 이곳에서 6km쯤 떨어진 곳에
서울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두지리 매운탕촌이 있는데,
그곳 강촌매운탕 집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플라스틱 통 3개 꽉꽉 채워 승용차로 실어 날랐다.
매운탕이라는 게 짜고 매우니 커다란 소쿠리에 쏟아 붙고는 물을 몇 양동이씩 부어 물을 빼내야 했고.....
그 무식한 짓을 일 년 넘게 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기러기, 칠면조, 거위 알을 먹는다는 새로움도 있었고
오리, 오골계, 달걀도 모두 유정난이라 좋고
서울 형님들, 친구들 찾아오면 때려잡아 같이 먹는 기쁨도 있고...
원래 염소가 겁이 많지만 굉장히 호기심이 많고 방정맞게 촐싹거리고 말썽을 많이 부린다.
축사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부수기 일쑤고, 웬만한 건 전부 물어뜯어 못쓰게 만들고,
다른 동물들 자는데 들어가 쑥대밭을 만든다.
하는 수없이 몇 십 만원어치 자재를 사다가 기술자 불러 축사분리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가끔씩 올라가 보면 오리나 거위 칠면조가 목이 잘린 채
죽어 나뒹구는 걸로 보아 살쾡이가 드나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트렉터로 밭을 갈아 주는 친구는 누가 밭 가운데다가 축사를 만드냐며
밭을 가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툴툴대기도 하고...
살아있는 짐승을 거두자니 모두 바쁜 이웃 사람들에게 며칠씩 가축 밥 좀 먹여달라고 부탁도 하기 어렵고,
어디 멀리 하루 이틀 출타하려면 아내와 교대로 나가야 되는데
집사람은 밤에 무섭다고 문밖을 나서지도 못하니 집은 내가 지켜야 되고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이 정말 크나큰 구속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점차 힘도 들고 흥미를 잃었다. 때려치우는 방법 외에는 달리 길이 없었다.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지난 후 가을에 사정없이 때려잡고 끝냈다.
그러고는 아내와 둘이서 굳게 약속했다.
그까짓 계란사서 먹고, 닭고기도 사서 먹으면 되니 고생 그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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