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마음을 비우고 술을 채운다

백수.白水 2011. 2. 14. 17:33

많이 때린 놈 점수 많이 올리는

오락실 앞 두더지 틀.

한쪽을 때려잡으면

다른 쪽 머리가 욕망처럼 튀어 오르고

분노와 자책, 갈등의 머리를

쉬임없이 힘껏 내리치면

게임은 어느새 허망하게 끝이 난다.

 

시골살이 재미거리 그저 그렇지만

때때로 솟구치는 미련의 편린들은

봄기운 머금은 강바람에 날려 보내고

배추에 소금 뿌려 숨을 죽이듯

거니는 발걸음마다 탐욕을 잠재운다.


앞만 보고 걸으면 마음만 급해지고

뒤로 걸으면 느리지만 관절염이 낫는단다.

일 년에 다섯 달일랑 급하게 달려온 길 쳐다보면서

뒤로 천천히 내 발자취 바라보며 걷자.


밭에서 고추대 태우면 신고하겠다는 산림감시원의 말에

내가 불 놓아 연기 나거든, 네가 와서 끄라는 그의 친구

구제역이 휩쓸고 간 자리에 그래도 묵직한 농담이 오간다.


매년 집 앞 밭에 가창오리 떼가 까맣게 놀러오더니

금년엔 폭설과 강추위로 길을 잃었나

무심하게 살려 해도 안부가 궁금하다.


마음을 비우니 욕심이 들어차고

알콜도 니코친도 몸에 필요한 필수미량원소인가 보다.

등산으로 배를 비우니 삽겹살에 소주가 땡기네

그저께도 어제도 마셨으니 연속 삼일 째, 술 만한 벗 어디 그리 많은가.

칙칙한 하늘에, 붉은 물감 번진 듯 흐리멍텅한 해는 고개를 넘고

난 이제 소주를 땡길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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