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이 서로 싸우는 입동
세상은 아직 가을인데, 겨울이 호시탐탐 고개를 들이민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계절풍이 교대기에 들어가며 맑은 하늘에 느닷없이 먹구름을, 가을 산들바람이 아닌 모든 걸 날려버릴 듯한 겨울바람을 몰고. 이맘때는 날이 맑다가도 어느 순간 추위가 밀어닥칠지 알 수 없다.
가을과 겨울의 싸움은 이렇게 밀고 댕기는 맛이 있지만, 하루해가 짧아지는 게 날마다 눈에 보인다. 저녁 해가 금방 지고 아침은 더디 온다. 아침저녁에는 문밖을 나서기 꺼려질 만큼 바람이 차다. 무서리에 끄떡없이 푸르던 뽕잎도 모두 떨어지고, 가을꽃도 시들었다. 마른 덤불 사이로 새떼가 바삐 나는데, 빨간 찔레 열매, 노박덩굴과 망개(청미래) 열매가 꽃같이 반가운 철이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날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2009년은 11월 날씨가 봄 날씨 같이 푸근했다. 입동이 지났어도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고 한낮에는 볕이 뜨겁다. 하지만 이렇게 날이 푸근한데다 비까지 오니 곶감이 물러지고, 무말랭이 한다고 썰어 말리다가 곰팡이가 피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날이 계속 따뜻한 건 아니다. 된서리 한 번 없이 10월이 지나더니 11월 2일 오후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해 그날 밤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보통은 한 발 한 발 다가오던 추위가 기습하듯 다가왔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져 버렸다. 밭에 무청은 시들고, 감나무에 미처 못 딴 감은 얼어버렸다. 평균기온은 올라간다지만 겨울은 겨울이니 언제 추위가 몰아닥칠지 모르게 기후가 커다란 폭으로 출렁거린다. 지구 온난화는 사람이 불러온 거라는데, 우리들은 그 기후변화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까?
끝없어 보이던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농사도 얼추 끝났으니, 이제부터 땅 얼기 전까지 가을걷이 뒷정리를 해야 한다. 그 가운데 논둑, 밭둑 터진 곳이 있으면 그걸 새로 쌓는 게 첫째다. 2002년 루사 때는 논둑이 터졌는데, 2003년 매미 때는 밭둑이 터졌다. 그 일이 만만치 않다. 늘 시작하려면 엄두가 나지 않지만 하다 보면 다 된다. 나무들도 돌보아야 한다. 거름도 듬뿍 얹어 주고, 어린 나무는 볏짚으로 감싸 겨울옷을 입혀 준다. 짐승 우리도 겨울 채비를 해 줘야지. 바닥을 치워 밭에 거름으로 내고, 왕겨를 새로 넣어 준다. 내년 봄에 먹을 시금치, 월동초, 상추, 대파, 쪽파도 잊지 말고 가꾸어야지.
농사짓다 보면 풍년인 해도 있고 썰렁한 해도 있다. 만일 지독한 흉년이 들어 농촌에 먹을 쌀이 귀하다면 도시 사람들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농촌이 더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는 사이에도 이맘때면 먹을거리가 집 안팎에 쌓인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출처: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꽃망울이 터지듯 노란 껍질을 세 조각으로 갈라치며 붉게 터져나오는 노박덩굴의 열매들.
씨앗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꽃이다.
노박덩굴은 민간에서 허리통증과 요통, 류머티즘 등 통증치료에 폭넓게 사용하는 약초다.
11월 무렵 잘 익은 노박덩굴 열매를 가루내어 먹으면 여성들의 생리통에 특히 좋고, 혈액 순환제로도 사용한다.
구기자
아침마다 이슬이 비처럼 줄줄 흘러내린다. 자동차에도.. 평상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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