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까치는 바람 부는날 집을 짓는다.

백수.白水 2013. 12. 30. 18:18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새들의 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지으려면 새들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바람이 고요히 그치기를 기다려 집을 지으면 집짓기가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일도, 부리로 흙을 이기는 일도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지은 집은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은 날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만약 그런 집에 새들이 알을 낳는다면 알이 땅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새끼가 태어난다면 새끼 또한 떨어져 다치거나 죽고 말 것이다

.

새들이 나무에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높은 나뭇가지 위에 지은 까치집을 보면, 그것도 층층이 다세대 주택을 지어놓은 것을 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나무 또한 아름답다. 새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나무에 지을 수 있어서 좋고, 나무는 새들의 집들 때문에 자신들이 아름다워져서 좋다. 이 얼마나 사랑과 배려가 있는 조화로운 이타적 삶인가. [‘정호승의 새벽편지중에서]

 

 

 

 

강둑길을 걷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아늑한 계곡으로 들어섰다. 앙상한 나무에 얹혀있는 까치집이 겨울 산의 운치를 더한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태풍에 나뭇가지가 부러져 새집이 나뒹구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萬事不如튼튼이라고... 인생설계 또한 그러한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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