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5월의 마지막 일요일.
초여름 날씨가 무지하게 덥습니다.
산천초목이 짙푸르고 세상은 온통 하얀 꽃들의 향연입니다.
우리 집 울타리에도, 앞집 정원에도, 건너 집에도,
하얀 꽃 수국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소담스럽게 피어났습니다.
水菊. 물수 자에 국화 국자를 쓰니, 습한 곳에서 잘 자라고
꽃모양은 큰 국화꽃을 닮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꽃모양이 부처님의 머리를 닮아 佛頭花라고도 하고...
그래서 ‘절꽃’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절에 가면 수국이 꼭 있거든요.
온 천지에 온통 아카시아 흰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가까이 보면 흰 꽃이지만 멀리서보면 푸른 잎과 어우러져 우유 빛이네요.
초여름 산들바람 고운 볼에 스칠 때 검은머리 큰비녀에 다홍치마 어여뻐라로
시작되는 문주란의 백치아다다라는 노래가 생각나고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라는 동요도 생각납니다.
하얀 꽃 찔레꽃,
슬픈 찔레꽃도 가시를 감추고 다닥다닥 피어 낳고요.
앞산에서는 가끔씩 뻐꾹새가 슬픈 울음을 웁니다.
짙은 녹색바탕의 도화지에 흰 꽃을 그려 놓은 듯
요즘시골농촌의 산야는 싱그럽고 상큼하며 아름답습니다.
낮에는 30도를 넘으니 태양아래서 밭일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두어 시간 콩밭을 누볐지요.
누비다, 우리말이 참 정겹지 않습니까.
밤거리에 뒷골목을 헤매 도는 것도 누비는 것이요, 옷도 누빈다고 합니다.
콩을 심은 자리에 콩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빈자리를 찾아다니면서
다시 심는데 이런 일을 이곳에서는 콩밭을 누빈다고 합니다.
아침 식사 후 임진강을 넘고, 38선을 지나, 연천군 백학면 두일리 마을의
깊은 산골짜기에 살고 있는 분, 나와 동년배인 김만기씨 댁을 찾았습니다.
그 산골짜기로 올라가서 산을 넘으면 민통선이 지척이랍니다.
으스스한 산중에서 가끔씩 인천에 사는 부인이 찾아오지만 겁도 없이 혼자 삽니다.
소, 돼지, 염소, 오리, 개, 닭을 길렀는데 구제역 파동 때 거의 매몰처분하고
지금은 개와 닭 몇 마리만 남았더라고요.
이 양반 칼질을 잘해 소도 빠른 시간 내에 살처분 하는데
돼지 잡을 때 가면 돼지부위 중 얼마 나오지 않는 맛있는 부위를 같이 구워먹곤 합니다.
몇 년 전에 닭 2,500마리와 오리 500마리를 산에 방사했답니다.
먹이는 하루에 짭밥(잔반)을 2.5톤짜리 한차만 가져다 부어놓으면 되니
축사 짓는 비용 절약하고, 편하게 알을 빼먹자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생각대로 그게 안되더랍니다.
3,000마리나 되는 닭과 오리가 경사가 심한 산속에다가 하루에 2,000개 이상 되는 알을 쏟아 내는데...
그것도 나무 밑에다, 골짜기 흙 위에다, 바위 밑 굴속에다 내깔려 놓는데..
두 부부 양동이 들고 험한 산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알 찾아내기도 힘들고,
알 끌어내려 정리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며칠간 그 작업하다가 코피 쏟고 몸살이 나서 몸져눕고...
결국은 한 달도 못가서 때려치우고 말았답니다.
전에 갔을 때 보니 다람쥐처럼 귀엽게 생긴 산돼지새끼가 있더라고요.
집에서 돼지를 기르는데 산돼지가 우리를 넘어와서 사랑을 나누고 가서 그렇답니다.
그곳에서 더위피하며 사람사는 이야기하고 놀다가
동두천연습장에 가서 이열치열,
실컷 땀 흘리며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보냈습니다.
파주시 적성면에서 임진강의 비룡대교를 넘어 얼마되지 않는 통구리라는 마을에 서있는 표지석.
촌로의 말에 따르면 6.25 때 통구리는 낮에는 국군, 밤에는 인민군치하에서 지옥같은 시절을 보냈다 합니다.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해서 세워놓고 차광막을 씌워 놓았다. 적당히 물을 뿌려 습도를 맞춰주면 표고버섯이 실하게 자란다.
산에 풀어놓아 기르는 토종닭. 산에서 알을 낳고, 품어, 병아리를 깐 후데리고 내려왔다고...
사진 찍을려고 접근하니 도망가니 좀 멀리서 찍은 관계로 병아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밀이삭이 다 팼다. 밀이나 보리의 이삭이 나오는 것을 이삭이 팬다고 한다.
우리집 울타리에 핀 수국.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자라서 매년 탐스런 꽃을 피운다.
수정: 요즘에 피는 꽃은 수국이 아니고 불두화라 합니다.
사진의 꽃이 수국이 아니고 부처님 머리를 닮은 불두화라 하네요.
두리님의 댓글을 읽고 제대로 구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피어나는 꽃은 불두화이고요
7~8월에 피는 꽃이 수국으로 잎이 다르답니다.
3갈래로 갈라지는 잎이 불두화.
깻잎모양으로 보이는 잎이 수국이랍니다.
수국과 비슷한 불두화꽃이랑 색깔도 어쩜 구별하기 어렵네요.
<두리님의 댓글>
맞네요. 꽃의 형태가 비슷해서 수국이라 생각했는데
잎이 마주나고 잎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며 꽃의 형태가 야구공처럼,
주먹밥처럼 동그란 구형을 이루는 것이 불두화고...
처음에 연두색이다가 나중에 하얗게 변하게 된다네요.
수국은 둘글 둥글하고 풍성하지만 완전한 공의 형태를 갖추지 않고
어떻게 보면 반구형에 가깝다 하고요.여러 품종이 개발되어 색상이 화려하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양샘의 답글>
우리집 앞의 2층집. 김하늘이 주연으로 나오는 코믹 애정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주무대다.
지금은 조각가와 독일어 번역일을 하는 젊은 새댁이 살고 있다. 정원에 수국이 보이고 앞산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났다.
하얀 꽃, 슬픈 찔레꽃이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었읍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반지 끼고, 꽃시계 차고 (0) | 2011.06.10 |
---|---|
여유롭게, 자연처럼 자유롭게... (0) | 2011.05.31 |
[스크랩] 대문안에 꽃을 피운 `수국` (0) | 2011.05.28 |
왜 이리 꼬였을까? (0) | 2011.05.26 |
호가호위 [狐假虎威] (0) | 2011.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