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판 ‘이규태 코너의 풍년터부’라는 글을 보면 명나라말기에 지어진
요재지이(聊齋志異)란 책 가운데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이 꼭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세상은 7分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으나 3분의 이치가
행해지고 있음을 명심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70%의 불합리가 판치는 사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수상하여 불안하기 그지없다.
입법, 사법, 행정이 가장 안정감을 준다는 세 다리로 분립되어 서로 견제를 하고, 여기에
감독, 감찰, 사정기관까지 두고 있다. 이도 모자라 언론이 4부로 가세하여 시비를 논한다.
그러나 말없는 다수의 국민,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시국이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대형국책사업은 하나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게 없고, 국책사업의 지역입지선정을 둘러싸고는
매번 시 도간 전쟁을 방불케 하는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진다.
결과에 절대 승복하는 법이 없고 툭하면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부처이기주의는 철옹성이며 이익 단체 간 밥그릇 싸움에는
정치권에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공갈과 협박이 꼭 등장한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갈수록 지능화 되고 이를 감독해야 될 감독기관까지 깊고 넓게 퍼져있다.
그 놈의 무상시리즈는 또 뭔가. 표에 혈안이 되어 곳간사정은 생각도 않고
공짜라고 다 퍼주겠다 말로 표를 사려고 한다.
통장 잔고 생각해가며 쓰겠다고 해야지 제 돈 같으면 그렇게 막 퍼주겠다고 하겠는가.
앞뒤 재지 않고 기분 내다가 부도나는 개인이나 기업 어디 하나둘인가.
국가부도위기에 몰린 그리스를 보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우리세대는 견딜지 모르지만 후세에 재산은 고사하고 부채를 상속할 수도 있지 않은가.
범칙금 한 푼 체납한적 없는 나 같이 힘없고 말없는 많은 국민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라가 그리스처럼 망할까봐 겁이 난다는 말이다.
30%의 이치가 행해지기를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거는 것은 3분의 이치가 행해질 거라는 믿음이다.
‘재정건전성에 바탕을 둔 경제성장이 중요한데 거기엔 냉정함과 쌀쌀함이 있다.
경제가 추구하는 최대 가치는 효율이지만 정치와 사회에서는 형평, 평등, 자유와 같은 가치가 중요해
정책추진과정에서 항상 경제의 가치와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윤증현 재경부 장관의 퇴임의 말,
그런 합리적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잘 갈 거라고 기대해 보는 거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내가 고스톱을 40년 친 사람이다. 화투판에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노름판은 두뇌와 눈치싸움인데 타짜를 빼고는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 지능과 눈치는 대충 엇비슷하다.
결과는 그 날의 운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화투 만져 본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농사도 70%는 하늘의 뜻
우리 옛 선조들의 말에 농사도 7분은 하늘이 짓고 3분은 사람이 짓는다 했음도 이 논리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유럽의 풍토는 죽어있다 할 만큼 온순하기에 인력대로 농사가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합리주의가 발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뭄, 홍수, 태풍, 충해, 냉해,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예기치 않은 일이
종횡으로 밀어닥치기에 7분의 불합리와 운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풍년터부'의 요지다.
날이 가물다. 요즘 심어 놓은 씨앗이 발아가 안 되고, 싹이 올라온 것도 흡수할 수분이 없으니
비리비리하고 누렇게, 한마디로 싹수가 노랗다. 내가 할 노력 30%는 다했으니
이제 나머지 70%, 하늘의 뜻이 행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목요일에 비가 온다하는데 그때에 맞춰 농사일을 준비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농부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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