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유감! 떠돌이 똥개.

백수.白水 2011. 6. 22. 09:53

 

 

70년대 총각시절,

아산시 둔포면의 사진관 집에서 하숙을 했습니다.

저녁만 되면 하숙생들 한방에 모여들어 주인아저씨와 함께 고스톱을 쳤지요.

화투판의 시간은 살같이 흐르고 마음은 항상 초조하고 급합니다.

화장실까지 나가는 시간도 아까워 방문 앞 수도가에다가 소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주인아저씨가 앞장을 섰지요.

며칠 지나고나니 주인아주머니 뿔났습니다.

어느 날 아침 수도꼭지에 가위가 입을 쩌억 벌린 채로 매달려 있었지요.

또다시 개처럼 수돗가에다 오줌을 누면 그것을 잘라버리겠다는 주인아주머니의 섬뜩한 경고.

다음부터 모두들 꼬랑지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앞집에서 앙칼지게 짖어대는 진돗개를 기릅니다.

대문은 닫아걸었고 개는 항상 줄에 매여 있지요.

암내 맡은 떠돌이 수캐 한 마리가 매일 대문 앞에서 낑낑거립니다.

수시로 대문 시멘트 기둥에다가 오줌을 내갈기고

때로는 대문 앞에 똥을 질펀하게 싸놓기도 하고요

싸우는 건지 아니면 좋다는 말인지 서로 컹컹거리며 짖어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집 주인여자 대문 앞 개똥을 제대로 치우지도 않습니다.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땟국 물 흐르는 똥개자만

그래도 동물사랑의 마음이 지극한 가 봅니다.

부지깽이를 휘두르지도 않고 가위를 내걸지도 않습니다.


똥이 무섭지는 않지만 더러우니 피하라고 하지만

그 대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동네사람들 투털댑니다.

저놈의 개새끼 아무리 똥개라지만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하고, 같이 있고 싶으면 그렇다고 해하지.

주인 눈치 보지 말고 대문열고 나올 때 잽싸게 뛰어들든가

아니면 기를 써서 담을 넘어야지,

왜 매일 대문 앞에서 주접을 떨며 추근거리느냐고,

생긴 것도 밉상인데다가 눈치도 코치도 없이 그저 멍청합니다.

 

주인에게 항의를 하면 오히려 화를 내고

남의 일에 참견 말라며 달려듭니다.

동네사람들 이번 초복 날 떠돌이 개를 잡든가

아니면 대문앞에 쥐약을 놓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놈의 개새끼, 인간이 살생의 죄를 범하지 않도록

다시는 나타나지 말고 사라져야 여러 사람 도와주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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