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맛비 내리는 날의 오후.

백수.白水 2011. 6. 23. 13:14

기다리는 것,

기도하며 간절히 기다리는 일은

내가 바라는 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붕어 낚시에 개구리 물려 올라오고

개울바닥 그물로 훑으니 올챙이만 가득담기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고대하던 비가

기어이 들깨 모종 몇 차례 기절시킨 후에야 이제내립니다.

농작물에 흡족한 강수량은 50mm면 족하거늘

중부지방에 50 - 100mm, 많은 곳은 150 mm가 내린다 합니다.

곳에 따라 천둥번개 벼락돌풍까지 있다며 더욱 겁을 줍니다.

하늘님. 이렇게 까지 인심을 안 써도 되는데 과유불급입니다.

이곳이 150mm에 해당지역이 되지 말고

천둥 번개 벼락까지는 몰라도 그저 돌풍만은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폭우에 고개 숙인 곡식, 돌풍이 몰아치면 엎어져 코가 깨집니다.


비는 세차게 퍼 붇다 멈춰서기를 반복하고

서쪽하늘에서는 우르릉 쾅쾅 난리를 칩니다.

밭고랑에 대강 물꼬를 터주는 것으로 내가 할 3分의 일은 끝났고

나머지 7分의 일은 하늘님의 소관입니다.

나는 장마 비가 소강상태를 보일 때 잽싸게 들깨 모종을 내고나면

금년농사 내고 뿌리는 일은 모두 끝입니다.

며칠간은 비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 빠진 뚝배기에 꽁보리밥으로 배를 채우고, 누더기 이불에 발을 뻗는 궁한 살림이지만,

친구가 오면 차(茶)달일 약탕기 하나, 외로우면 꺼내 튕길 거문고, 그리고 시렁에 책궤 하나,

山水속에 거닐 나귀 한 마리는 꼭 지녀야 한다던 金正國의 선비론이나

 

 

飯疎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꿈치를 굽혀 그것을 베개로 삼아도 즐거움은 또한

그 가운데에 있을 것이다>라는 논어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말대로

 

자연을 벗 삼는 단순인생(심플라이프)

그 길로 더욱 빠져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멀었다. 욕심을 비우고 내리고 버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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