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 태풍 ‘메아리’가 북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비가 그치는 등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밤부터 태풍의 영향을 받아 다시 비가 내리고,
월요일까지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린다 합니다. 태풍은 내일(일요일) 밤12시부터
월요일 새벽사이에 서해안 ~ 황해도 서해안 부근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는데
나 사는 곳이 상륙예상지점과 가까워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대비를 하고 있지요.
기상정보대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간간히 보슬비만 조금씩 내리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태풍전야 폭풍전야의 고요함, 바로 그런 날씨입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에 걸쳐 들깨모를 냈습니다.
씨앗은 뿌린다고 하며, 모나 모종을 옮겨 심는 일을 ‘낸다’고 하고
거름이나 두엄을 논밭에 가져가는 일도 낸다고 하지요.
논에 모를 내고 밭에 들깨모를 내며 논밭에 퇴비를 내는 겁니다.
금년 봄에 농사를 짓지 않아 묵혀놓아 수풀이 우거졌던 ‘묵밭’에 불을 놓아 화전 밭 삼백 평을
일궈놓았지요. 오래 내버려 두어 거칠어진 밭을 묵밭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 묵정밭이라고도 합니다.
한쪽에는 이미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땅콩이 심어져 있고 이번에 나머지 200평에 들깨모를 낸 겁니다.
들깨는 장마가 오는 요즈음이 심는 적기지요.
비를 피해가면서 심었으니 이틀이나 걸렸고, 땅이 축축하여 신발에 흙이 덩어리가 달라붙어
힘이 들었지만 이런 날 옮겨 심어야 모종이 몸살을 하지 않고 뿌리를 제대로 내립니다.
이제 뿌리고 심는 일은 모두 이름을 졌습니다.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목록에서 지워버리는 일이 참 힘듭니다.
중간 중간 쉬고 싶고 내일로 미루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지우고 나서 느끼는 홀가분함 때문에
강행군을 했고 허리가 아플 정도로 일을 했습니다.
우리부부 일을 다 끝내고 아이고 힘들다며 일어서는데 감악산아래 우리 동네에서 제일 꼭대기
마지막집에 사시는 유씨 할아버지가 도로에서 버스 기다리다가 잠깐 우리 밭으로 건너 오셨습니다.
금년에 79세로 50대에 상처했는데 아들딸은 모두 출가시키고 혼자 사시지요.
우리와 서로 간간히 드나들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서울 사는 자식들이 제세공과금도 다 내주고 용돈도 보내주지만 제일 힘든 것이 외로움이라네요.
낮에는 마을회관을 드나들고, 술은 입에 대지도 않지만 다방아줌마들과 커피한잔 하는 재미로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전곡까지 나가기도 합니다. 가까운 적성면은 커피 값이 비싼데 그
곳은 노인우대할인을 해주니 노인 분들이 많이 모인다 합니다. 그런데 밤이 제일 힘들답니다.
중간에 잠이 깨면 적막강산. 휑한 방에서 말상대도 없고 그때부터 다시는 잠이 오지 않으니
그게 고역이랍니다. 나이 들면 외로움이 가장 큰 병이지요.
우리가 힘들어 죽겠다 했더니 뭐 요걸 심어놓고 그러느냐고 합니다.
본인은 혼자 열흘 걸려서 들깨 2,000평을 심었는데 오늘에야 일 마무리하고 전곡에 나가시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가 내리기 훨씬 전부터 심었으니 일일이 모종 심을 자리에
물을 주어 가면서 말입니다. 대단합니다. 우리는 거기다 대면 새 발의 피, 고생도 아니지요.
식물은 장마통에 무럭무럭 쑥쑥 자라고 가물 때 줄기가 단단해 집니다.
옥수수는 내 키보다도 더 높이 자랐고, 눈곱만한 참깨가 싹을 틔워 저렇게 굵고 튼튼하게 자라는걸 보면
신기합니다. 다시 심은 고추도 제대로 자라면서 고추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아침에 태풍을
대비해서 옥수수를 묶어주고 고추도 2차로 띠워놓은 줄을 중간 중간 묶어서 고정해줬습니다.
그런데 작물이 특히 참깨가 너무 웃자라서 바람을 맞으면 농사를 망치게 됩니다.
데이트하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나타나지 않으면 바람 맞는 것이요, 풍이 오는 것도 바람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촌에서 비바람에 참깨가 쓰러지면 참깨가 바람을 맞았다고 합니다.
바람을 맞아서 바닥에 쓰러져 누어버리면 죽지는 않지만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씨가 맺히지 않더라고요.
사람도 겉 넘다가 엎어지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래서 속을 꾹꾹 채워서 내실을 기하라고 합니다.
지난달 태어난 병아리 두 마리와 오리새끼 한 마리는 잘 자라고 있는데
오늘부터 다른 토종닭이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알 14개를 둥지에 넣어주었고
호박과 영양부추 그리고 고추를 썰어 넣어 부침개를 부쳐 먹고 오늘하루 마무리합니다.
연천군 백학저수지 옆 산에 왜가리가 떼로 모여있다.
백학 저수지. 굉장히 길고 큰 저수지라서 카메라에 다 잡아 들이지 못한다.
우리와 서로 자주 왕래하는 임진강 너머 백학면 두일리의 임사장님 집. 집주위 산에 온통 밤꽃이 피었다.
밤나무가 많은 골짜기니 밤골이나 율곡 또는 율촌이라고 해도 된다. 대개 지명은 이렇게 만들어 진다.
이율곡 선생의 고향이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다. 밤골이라는 지명은 허다하며 고향동네 이름을 딴 율촌화학이라는 회사도 있지 않은가.
어부인께서 꽃을 좋아해 야생화도 많이 심었다.
참깨 이번 태풍에 바람 맞으면 안 된다고...
마늘. 오늘 쯤 깰 예정이었는데 장마가 끝나면 감자와 함께 서둘러 캘 일이다.
이번 비에 잡초가 신났다. 작물보다 훨씬 세력이 왕성하다. 야성은 강하다 !!!!
고추도 단단히 야물게 묶어 주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종닭의 종족번식 본능. (0) | 2011.06.29 |
---|---|
오줌발, 그 자존심. (0) | 2011.06.26 |
장맛비 내리는 날의 오후. (0) | 2011.06.23 |
유감! 떠돌이 똥개. (0) | 2011.06.22 |
밤꽃 향기에 취해 보셨나요? (0) | 2011.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