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둘이 있어도 혼자 있는듯하고
때로는 혼자 있어도 둘이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곳 타향객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나 혼자 남겨졌던 초가을
그 어느 날밤의 끔찍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를 지배한다.
해질녘 스산한 저녁바람은 이내 가슴을 텅 비워버렸다
뭘 해야 되나, 안절부절 서성이고 들락거리고 소주도 한잔하고
말귀 잘 알아듣는 개를 불러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래도 흔들거리는 빈 가슴은 밤새 가라앉지 않았고
무엇을 할 수도 없었다.
잠 못 이루던 밤. 세상에 혼자 버려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혼자라는 것, 고독이라는 것, 외로움이라는 것을....
때로는 그리고 언젠가는 어쩔 수없이 길게 부여잡고 가야 할 나의 길.
이제 일 년에 몇 차례씩 겪는 일이니 많이 적응이 됐는데
오늘도 우리마누라 5일간의 나들이를 나섰다.
그녀는 풍운녀인가. 그녀가 길 떠나는 날에는 꼭 비가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따뜻하던 날씨가 추워지거나 변덕을 부리니 무슨 조화 속인지?
이번에는 나 혼자만의 오붓한 고독과 자유를 제대로 즐겨봐야지...
혼자 있으니 별생각을 다 하는데 관음증에 생각이 미친다.
관광지인 온양에서 근무하던 총각시절.
우리 사무실과 얕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금으로 치면 장급인 3층짜리 여관이 있었다.
그 곳에서는 불편한 숙직을 서로 다투어가며 자원했다.
이쪽은 캄캄한데 여관은 불을 훤히 밝혔으니 들킬 염려가 없다.
여름철은 더우니 창문을 여는 경우가 많았고 조금 열려있으면
이쪽에서 막대기로 조심스럽게 조금 더 열고....
그러면서 엿보기를 즐겼던 추억이 있다.
연세가 많으신 상무님 자주 숙직점검을 나오시고
숙직실 방 비웠다며 혼내시더니
우리들 쫓아 내리고는 스스로 옥상에서 오래 보초를 서시더라.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이곳 민통선 안에는 역삼각형으로 만들어 걸은 빨강색 지뢰위험지역 표시판이 걸려있다.
들어가면 다친다는 얘기지 이게.
한 가닥 한다는 이들의 블로그에 나들이하다 보면
초원에 박아놓은 위험지역표시처럼 생경스러움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열린 공간에 이방 저 방에 꽂힌 비밀댓글 저게 뭘까?
은밀하게 오가는 귓속말이나 사랑의 속삭임?
비밀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자랑? 혹은 신비주의?
그 주제에 대해 일반 관객은 이해하지 못할 고차원의 대화?
이런 것들은 온라인 실시간 대화기능이나 폰이나 이메일이 더욱 편할 터이고
아니면 한 포스트 지정해서 그곳에서 주고받고 하면 될 터인데...
그도 저도 아닌 무언가가 있을 거다.
아리박!
나 혼자 있으니 전화나 이메일 말고 비밀댓글 좀 주게.
내 긴히 당신께 할 얘기가 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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