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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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호주

24. 노을빛바다 노을빛하늘

백수.白水 2018. 1. 19. 13:34

호주35일째: 2018.1.18()






 

호주 올해 79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란다.

지난7일 시드니지역의 기온이 47.3도까지 올라 박쥐수천마리가 산채로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고,

어느 신문에서는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메이저 테니스대회에 호주 프라이팬오픈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가 있는 이곳 남호주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겼다.

경험상 사람체온인 36.5도를 넘으면 나는 폭염으로 인식하는데,

출입문을 열고나서니 화재현장의 화기가 훅훅 내 몸으로 달려드는 듯하고 

문밖의 대리석과 나무마루바닥이 달궈져 맨발로 서있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모든 것을 말려버릴 기세로 하늘의 구름을 모두 없애버렸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염천(炎天)

해가져도 더위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저녁바다가 좋다.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통발을 던져 게를 잡고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일몰의 힘찬 장관도 좋지만 해가 바다로 침잠하는 순간,

수평선에는 파스텔 톤의 구름 같은 단층이 노을빛을 밝히면서 세상은 한순간에 고요에 들고,

너나없이 모두가 황홀경에 빠진다.


이곳은 사철 하늘이 맑은 나라라서 별빛도 찬란하다.

유명한 남십자성과 쏟아지는 별들을 구경했으면 좋겠는데

바닷가 고급주택들의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는지라 여의치가 않다.

캥거루 섬에 가기로 했으니 그때를 기약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