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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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호주

25. 가물한 바다와 가물한 하늘.

백수.白水 2018. 1. 23. 12:13

호주36일째: 2018.1.19()

 

 

 

 

 

 

 

하늘은 예측키 어려운 풍운조화로 시시각각 변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에는 하늘과 바다가 만들어 내는 단층 같은 수평의 띠가 부드러운 연주황의 빛을 발하며 신비로움을 띄지만, 수평선 위로 하얀 구름 띠가 떠있는 날은 칠흑에 가까운 잿빛으로 변해버리니 사람의 마음이 진중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반구라서 음력초순(엿새)인데도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박혀있는 저 초승달 좀 보라.

그 아래로 굵은 붓에 먹물을 찍어 일필휘지로 성기게 쭉 그어버린 듯한 저 구름은 얼마나 힘차고...

하늘도 새 파랗고 바다도 새 파랗다.

 

 

하늘과 바다 빛을 그저파랗다거나 푸르다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감을 느끼게 된다.

예로부터 푸름보다 더 짙푸르면 쪽()빛이고, 그 보다도 더 진해 검은 빛을 띄면 감색(紺色)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경기도에 있는 감악산(紺嶽山)은 이런 의미로 붙은 이름으로 하여튼 정리하면

푸른 하늘쪽빛하늘감색하늘, 이런 순서가 된다는 말인데, 쪽빛하늘은 좋지만 감색하늘은 왠지 제 맛이 나지 않고 좀 어색하기는 하다.

 

 

 

천자문은 天地玄黃, 하늘 천(), 따 지(), 가물 현(), 누르 황()으로 시작된다.

하늘은 현() 곧가물하다는 말인데... 노자의 도덕경 제1장을 보면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동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라는 글이 나온다.

여기서 玄之又玄玄玄, 곧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묘하다는 말이다.

자는 참으로 심오한 뜻을 지닌 글자다.

 

  

 

玄에는 검다, 검붉다, 奧妙하다, 深奧하다, 神妙하다, 깊다, 고요하다, 멀다, 아득하다 , 아찔하다, 얼떨떨하다, 짙다, 크다, 通達하다, 매달리다, 걸리다, 빛나다, 하늘, 북쪽, 太古의 혼돈(混沌渾沌)한 때, 玄孫, 孫子, 음력 918, 검은빛, 부처의 가르침, 道敎 등의 뜻이 있다.

 

 

지금은 검은 현이라고 읽지만 내가 한문공부 하던 어린 시절에는 은 검을 현이 아니라, 가물 현이라 읽었다. 검다 보다는 가물하다는 것이 훨씬 의 뜻에 가깝다.

 

 

 

멀고 깊고 아득하여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빛을 띄는...가물한 것이 하늘이고 바다가 아니겠는가 

사의 찬미를 부른 가수 윤심덕이 몸을 던진 바다가 현해탄(玄海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