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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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夜梨香과 천사꽃 나팔

백수.白水 2011. 3. 4. 18:51

2011.3.4일 금요일 농사일지

수수대로 발을 엮는 작업이 오늘 끝났다. 어제 오늘해서 두 장을 완성. 끝.

작업하면서 전에 본 아름다운이름을 떠올리며 생각하고, 이제 쓴다.


사람의 이름이나, 닉네임이나, 음식점이름이나,

그리고 그것이 한글이름이든, 영문이든, 아니면 한자이름이든지간에

첫째는 발음이 쉽고 들을 때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다음에 심오한 의미나 연원을 담아내는 것은 두 번째 일이고.....


내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음식점이름으로 야리향이라는 중화반점이 있다.

서울나들이 할 때면 꼭 지나치는 식당인데,

파주시 아동동이라는 한적한 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으로 한 번도 들른 적은 없지만,

국도변에 있으니 오가며 간판을 쳐다보고 그 이름을 되 뇌이게 된다.


야리향! 한자로 夜梨香이라 써 붙였는데.....

야리향! 몇 번을 불러 봐도 멋지고 아름답다.

야리 야리 얄라성 하듯이 부르기도 편하고

밤에 피는 배꽃의 향기라....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딱 이런 분위기 아닌가.

 

달 밝은 밤.

배꽃은 눈이 되어 나르고

그 아래로 하얀 꽃잎을 밟으며 조용히 거니는 묘령의 여인!

그 무슨 연유로 저리도...혼자서....

 

한자 표기는 알 수 없으나 천사꽃 나팔이라고도 부르는

야리향이라고 하는 꽃나무가 있다.

은하수의 별처럼 꽃이 많이 피고

밤이면 향이 얼마나 강한지 실내에 들이지 못할 정도란다.


야리향!

짜장면 냄새나는 중국집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누가 어디 근사한 곳에다가 걸어놓으면 어울리는 이름인데....


경기도 성남 쪽인가 하여튼 가물가물한데

한적한 길가에 음식점 이름이 삼계사철.

그 흔한 보신탕이나 영양탕, 감나무집....이런 통속적인 이름이 아니라

보신탕집인데 개고기 즐기지 않는 사람은 삼계탕을 먹으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갖다 붙인 주인장의 시심이 범상치 않다.

다만 사계절 언제나 먹을 수 있는데 삼계라 표현한 것이 조금 맘에 걸리는데

간혹 보이는 사시사철이라는 이름도 천박하지 않고 근사하다

식도락가는 알 것이다. 보신탕집에 삼계탕은 말 않아도 기본인 것을...

 

내가 아는 한 삼계사철이라는 이름은 전국에서 그 집이 유일하다.

끌어다 써도 무방할 듯....

<틈이 나면 다른 이름이야기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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