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한순간에 판이 깨졌다.

백수.白水 2011. 3. 6. 17:36

임진강에 나가서 강변을 걷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시골에간 마누라의 전화다.

원래 내일 올라오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나 혼자 집에 있으니 여러가지로 못 미더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혼자 빈집을 지키고 있으니 심심해 할거라는 측은지심이 발동되었을 수도 있고

일찍 마무리하고 버스정류장에 나가 모셔오면서 그 간의 이런 저런 얘기하며 집에 잘 들어왔다.

그런데 현관문 열고 들어오자 마자 문제가 생겼다.

원래 나 보다 깔끔한 성격임을 알기에 나가기 전에 미리 밀린 설거지 서둘러 마무리하고

집안 정리도 대충하고 나갔는데, 화장실 문앞의 조그만 스테인리스 대야에 담긴 물건이 문제였다.

나는  하루에 몇 차례씩 드나들면서도 빨래거리로만 생각하고 그대로 놔둔것인데

내가 가면서 이것 좀 널어 달라고 했는데 왜 널지 않았느냐며 인상이 변한다.

그 때서야 생각이 났다. 시간에 쫒겨 급히 나가면서 나 한테 부탁을 했다. 그것도 몇 번씩....

턱이 안좋다고 하루에 세번 씩 턱 찜질하는 핫팩과 그 주머니다. 집에 왔으니 바로 찜질을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정말로 나는 맹세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실이다.

사실대로 내가 깜빡 잊어버렸다고 했더니 되 돌아오는 말이 요상망측하다 

정색을 하고는, 자기한테 성의가 없다며  언성을 높인다.

순간적으로 열을 받은 나.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잊어버렸다는데 거기에 왜 성의를 끌어다 붙이냐고...

아무리 성의가 없다고, 그거 하나 널지 못하겠냐구, 말을 어찌 그 따위로 하냐구....

나는 현관문 확 닿아버리고 분을 삭히느라 밖에서 왔다 가다하다가 방에 들어와 잠을 잤는데...

그래도 화가 안풀리니 다시 한번 건드리면 이제 우리는 정해진 코스대로 한단계 높은 단계로 갈 수밖에 없다.

자유를 한껏 만끽하던 그 분위기가 한판에 깨져 버렸다.

너무 촘촘한 자기 기준 , 자기 잣대로 얽어놓은 그물로 나를 옥죄려드니 이럴 때는 혼자 있는게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부부라는 관계로 얽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의 부모자식간에도 수시로 부딪히는 이런 일들.... 

난 지금부터 마누라가 잘못했다고 손 내밀기 전에는 계속 묵언수행 할 것이다.

내가 뭘 잘못한게 있어야지....건들면 이제 제대로 터진다.  말을 않고 있는건  내가 참고 있는거다.

나 지금 상태는  기분이 착 가라앉은 우울한 모드! 

 

 

[인문사회]보고 싶은 것만 머리에 담아놓는… 인간은 착각의 동물

검은 셔츠를 입은 3명, 흰 셔츠를 입은 3명이 각각 팀을 이뤄 농구공 2개로 패스를 한다.

6명은 뒤섞여 움직이며 같은 색깔 사람들에게만 공을 전달한다.

공중에서 던지기도 하고 땅에 튀겨 패스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1분이 채 안 되는 동영상으로 제작됐다.
199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실험을 위해 만든 영상이다.

이 동영상을 볼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흰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미리 얘기해 둔다.

동영상을 보고 난 참가자들에게는 의외의 질문을 던진다. “혹시 고릴라 보셨어요?”
동영상에는 고릴라 탈을 뒤집어 쓴 사람이 천천히 등장해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퇴장한다.

그러나 참가자의 50%는 패스 횟수를 세는 데 집중한 나머지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실험은 그 뒤로 심리학계에서 자주 인용돼 왔다.

실험을 주도한 사람은 인지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뉴욕 유니언대 교수와 대니얼 사이먼스 일리노이대 교수.

두 사람이 고릴라 실험을 중심으로 지난해 내놓은 이 책은 인간의 착각을 다루고 있다. 우

리가 일상에서 겪는 착각을 6가지로 분류해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인지능력이 갖는 한계를 설명한다.

실제 사건 사고와 실험 중심이어서 딱딱한 교재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고릴라 실험은 ‘주의력 착각’과 관련된다.

특정 모습이나 움직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면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적으로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부른다.
일상에서 주의력 착각은 종종 사고와 연결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충돌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고 차량 운전자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즉, 오토바이가 자신의 진행 방향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전을 할 때도 다른 차가 있는지에는 주의를 기울이지만 오토바이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착각은 ‘기억력 착각’.

기억한다고 믿는 내용과 실제로 기억하는 내용이 서로 다를 때 나타난다.

젊은부부 레슬리와 타이스는 2002년 어느여름 밤 차를 몰고가다

한 남자가 자전거 탄 남자를 칼로 찌르는 범죄 현장을 목격한다.

부부는 1분 뒤 911에 신고 전화를 했는데 가해자가 입은 옷에 대해 레슬리는 청바지 차림이었다고 말했고,

타이스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로 직전에 본 것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속되는 장면에서 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변화 맹시’도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길을 물어보는 사람과 지도를 보면서 얘기하던 도중

커다란 목재 문짝을 옮기는 인부들이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간다.

그 틈을 노려 길을 가르쳐 주던 상대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이 실험에서 길을 물어보던 사람 가운데 50% 이상이 대화 상대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 결과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한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지원서를 작성한 뒤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들과 대화하고 있던 실험자가 서류를 정리하는 척하면서 접수대 밑으로 사라졌다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올라왔다.

하지만 그 변화를 알아차린 학생은 거의 없었다.

기억이 현재의 믿음에 일치되도록 다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실시된 한 조사에서 미국 국민인 조사 대상의 3분의 2가 선거에서 케네디를 찍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의 1960년 미 대선의 결과는 50 대 50의 접전이었다.

‘자신감 착각’은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체스대회 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실력이 얼마나 저평가됐다고 보는지 질문하는 실험이 있었다.

자신이 150점 정도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중간 이하의 실력 집단에 속해 있었다.

중간 이상 실력의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50점 정도를 덜 받았다고 생각했다.

이 실험에서 보듯 예선 통과도 못할 실력으로 ‘아메리칸 아이돌’에 참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이 정말 잘한다고 믿는 ‘자신감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자신감 착각’이 ‘기억력 착각’과 결합하면 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잘못된 기억을 토대로 자신 있게 법정에서 증언하는 증인의 사례를 예상할 수 있다.

이 밖에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도 다룬다.

읽다 보면 가슴이 뜨끔해진다. 누구나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착각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인간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직관을 조심하라는 것.

특히 복잡다단해진 현대 사회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관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

특히 중요한 사안이라면 직관을 신뢰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다른 하나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저자들은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주의력 착각’에 대해 고민한다면, 모든 것을 실제로 보고 있다는 착각은 줄어들 것이다.

기억력 착각을 이해했으면 자신의 기억뿐 아니라 타인의 기억도 신뢰할 것이고,

중요한 상황일수록 더욱 확실히 기억하려고 신중을 가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김명철 옮김 408쪽·1만4000원·김영사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방울의 고통  (0) 2011.03.10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0) 2011.03.10
산촌마을의 봄날  (0) 2011.03.05
夜梨香과 천사꽃 나팔  (0) 2011.03.04
사랑의 회초리를 들었다?  (0) 2011.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