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고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가 다가오며 가을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요 며칠사이에 배추 무 쪽파 등의 김장채소를 심었고, 무더위를 피하느라 한동안 멈췄던 산책을 다시 시작했다.
가까이에 이름난 산과 유적지가 널려있어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곳이다.
아랫동네로 내려가서 천주교성지인 한티고개를 다녀왔다.
국도45호선(서산시해미면 ↔ 경기가평 청평댐입구)에 접한 덕산면 대치리의 계곡장파크에서 한티고개까지는 1.6km, 해미읍성은 9.5km의 거리에 있다. 계곡산장에서부터 걸어도 되고, 아니면 자동차로 800m쯤 올라가서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가도 된다.
한티고개는 조선후기 천주교박해시대에 예산 당진 등 내포지방의 천주교신자들이 체포되어 해미로 압송될 때 반드시 거쳐야했던 곳으로 이곳은 인적이 드문 산간지대였으나 박해가 끝난 후에도 전국을 떠돌던 신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산자락에 집을 짓고 화전을 일구어 교우촌을 이루기 시작했다.
죄인을 압송하던 옛마차길을 원형 복원하여 생태숲길로 만들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른 초목이 가을 색을 더해가니 숲길은 더없이 청량하다.
참싸리
비수리! 야관문(夜關門)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름 그대로 밤에 닫힌 문을 쉽게 열 게 할 수 있는 약초로, 부작용이 전혀 없는 천연 비아그라의 효능을 지녔다고 한동안 유행을 타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풀이다.
귀화식물인 ‘미국자리공’의 번식력과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전국산마다 없는 곳이 없다.
청동조형물 1
종전에는 한티고개에서 해미읍성으로 내려가는 숲길 양쪽에 석조조형물 14점만 설치되어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대치리에서 한티고개로 올라가는 숲길 양쪽으로 청동조형물 14점이 새로 설치되어 있다.
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조형물 사진을 모두 올린다.
청동조형물 2
청동조형물 3
이삭여뀌
청동조형물 4
청동조형물 5
청동조형물 6
청동조형물 7
칡덩굴이 실타래처럼 이리저리 복잡하고 정신없이 얽히고설켜있다.
조선개국 전 태종 이방원이 고려충신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하여 지은 시조 하여가(何如歌)가를 보자.
「이런들 엇더ᄒᆞ며 져런들 엇더ᄒᆞ료. 만수산(萬壽山) 드렁츩이 얼거진들 엇더ᄒᆞ리. 우리도 이ᄀᆞᆺ치 얼거져 백년(百年)까지 누리리라. 」
여기서 드렁은 ‘두렁’의 평안북도 방언으로 논밭의 가장자리로 작게 쌓은 둑이나 언덕을 말하는 것이다. ‘드렁칡’이라는 칡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만수산 언덕의 칡을 칭하는 것이다.
칡꽃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청동조형물 8
청동조형물 9
청동조형물 10
청동조형물 11
청동조형물 12
청동조형물 13
짚신나물
청동조형물 14
한티고개
고갯마루
서산해미의 대일석산이 이렇게 높이 파고 올라왔다. 이 줄기를 타고 가야봉(678m)으로 오를 수 있다.
한티고개에서 바라다 보이는 가야산(678m) 회목고개 원효봉
한티고개에서 해미로 내려가는 길. 성지순례길(좌)과 대일석산(우)
한티고갯마루에서 해미방면으로 이런 형태로 14곳의 ‘십자가의 길’이 설치되어 있다.
관련 글보기 ☞ http://blog.daum.net/ybm0913/4496 (천주교성지순례길 한티고개, 2016. 09.17)
고개에서 내려다보이는 덕산 쪽 풍경.
내려 오는 길, 수덕산(덕숭산) 정상이 보인다.
무슨 나무일까? 고목에 열매가 다닥다닥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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