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습설(濕雪)

백수.白水 2024. 2. 22. 20:07

그간  온난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입춘(2.4일)과  우수(2.19일)를  지나왔고

곧  다가올 춘삼월을 맞을 거라며 봄꿈을 꾸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것은 한낱 개꿈이었네.

밤새 눈이 내려 온 세상이 설국(雪國)이 되었다.

 

눈 내린 날은 내 집 보다 "고샅길" 부터 쓸어야하는 것이 불문율.

고샅의 ‘고’ ‘골(짜기)’의 받침소리가 탈락한 형태이고,

‘샅’은 ‘사이’가 줄어든 말로 사람이나 짐승의 "가랑이 사이" 를 뜻한다.

'사타구니'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고,  "사태고기" "샅고기"라는 말이다.

 

아침7시 ,  눈가래를 들고나가 밀어보니 눈이 밀리지 않는다.

눈이 밤새 물을 먹어 "물먹은 하마"가 되어버린 것,

퇴직 후 17년 동안 시골생활을 하면서 눈을 치울 때 단 한 번도 아내의 힘을 빌린 일이 없는데...

오늘은 내 몸이 불편한 관계로 둘이서 간신히 밀어 부쳤다.

 

그러한고로 집 마당은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대지 않았고,

비닐하우스를 쳐다보니 지붕에 쌓인 눈 때문에 붕괴위험이 있어 보여

긴 장대에 "고무래"를 매달아 눈을 끌어 내렸다.

 

그러고 보니 집을 지을 때 가림울타리 용도로 심었던 측백나무가

X마스트리처럼 하얀 목화솜에 덮여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다.

가까이 가보니 눈물(눈이 물을 먹고)이  얼어 얼마나 무거운지 나무가 모두 거꾸러졌다.

나무 아랫부분을 잡아 흔들고, 기다란 대나무막대기로 대충 털어냈는데

별무효과라서  대충하고 들어와 버렸다.

 

아무리 천하장사라한들  자연을 이길 수 있겠는가.

힘 없는 이 중생  최선을 다했으니 하늘님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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