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정신없이 귀싸대기를 맞았다.

백수.白水 2024. 5. 14. 22:06

 

오늘 2014. 5.11(토)

오전, 발리로 여행을 떠나면서 없는 동안 잘 좀 보살펴달라는 아내의 친구 부탁에 따라,

아래 골짜기 밍크엄마네 고추밭을 둘러보러 갔더니

태풍 급의 돌풍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고추밭보온부직포 고정 핀이 거의 반 이상이나 뽑혀

풍랑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목선의 깃발처럼...

찢어져 나풀거리는 미친년 치맛자락처럼 팔락거리고 있었다.

고추밭 고랑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내 몸을 지탱하기도 힘들 정도로 흔들린다.

30여분동안의 악전고투 끝에 원상복구 했다.

 

오후가 되니 요 며칠간 쌓인 일들에서 시작된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가슴을 옥죄어와 하루 종일 번뇌에 시달리면서도 삭혀내질 못했다.

 

널뛰는 날씨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 아니라 완전우상가풍(雨上加風)으로 돌변한다.

안절부절, 도저히 내 마음을 다스릴 수 가 없다. 무기력에 빠진다.

이대로 앉아있다가는 내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무섭다.

 

오후 4시쯤, 장대같이 쏟아지는 폭풍우를 헤치며 그리 멀지않은 광덕사로 내달렸다.

도착해서 차문을 열고 우산을 펼치니 바람에 확 뒤집어 진다.

“절간같이 조용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

경내에서 오고가는 사람의 인기척을 찾을 수가 없다.

대웅전을 비롯한 모든 전각의 문은 모두 닫혔다.

 

처마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를 피하려하는데 세찬 빗줄기가 내 귀싸대기대기를 계속 때린다.

번개가 치는듯, 내 정신이 번쩍! 번쩍!

내가 살아오는 동안 정말 귀싸대기 맞을 우둔한 짓을 참 많이도 했지...

 

계속 “정신 차려 이 사람아.!”라는 말이 하늘에서 내린다.

귀싸대기를 때리는 이거 빗물이여? 눈물이여?

얼굴에서 가슴속으로 계곡물처럼 계속 흘러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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