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물을안고 돌아가는 물레방아는...

백수.白水 2011. 3. 15. 07:58

 

앞산 비탈진 밭, 늙은 황소. 할아버지 채근에 못이겨 워낭소리 짤랑거리며 쟁기를 끌고,

방앗간의 연자방아는 잘도 돌아간다. 명절이 다가오면 어머니와 누나들 쿵덕쿵덕 박자 맞춰 디딜방아를  밟는다. 절구통에 떡쌀 넣어 바수고 남정네들은 떡메를 친다. 이웃동네 무내미의 물레방아는 힘겹게 삐걱거리며 방아를 돌리고.................

 

이제는 거의 사라진 풍경. 나 어릴 적 시골의 모습이다.

물을 안고 돌아가는 물레방아!

그 것은 우리의 낭만이요 추억이며 향수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충주댁, 물레방앗간에서 질펀한 사랑을 나누고 나도향의 소설에서는 물레방앗간의 끈적거리는 사랑이 묻어난다. 물레방아의 추억. 노래로 들으면 더욱 아련하다.

 

이미자는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 갈 때 뒤 돌아보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천리 타향 멀리 가더니 새봄이 오기 전에 잊어 버렸나

고향에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가는 데라 노래했고

 

문주란은 특유의 저음으로 물을 안고 돌아가는 물레방아는 냇가에서 시름겨워 물을 안고 도네.

님 생각에 젖어 사는 이 내 마음은 첫사랑 그 순이를 못 잊어 사네라고 노래했다.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보리라는 노래도 있고...

 

 

시골 아낙들의 한이 서린 정선아리랑 김열규의 휴먼드라마를 보자

 

"정선에서 나는 절묘한 아리랑을 만났다.

늦은 여름 아침나절에 중년의 두 아주머니가 밭을 매고 있었다.

밭머리에서 짧은 인사말을 건네고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리랑, 노래 한 가닥 불러 주시죠"

"노래는 무슨 노래" 겸연쩍어하는 아줌마에게 거듭 채근했다.

마지못했을까? 아줌마는 호미질로 장단 맞추면서 소곤대듯이 불러댔다.

"정선 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어쩌다 내 한 평생 밭고랑만 안고 돌아"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정선 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 집 낭군님은 날 안고 돌 줄 몰라.

'이게 누구나 아는 정선 아라리의 원본 가사다.

한데 아줌마는 그 뒤쪽 마디를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서 즉흥적으로 바꾸어 부른 것이다. 그건 놀라운 재치였다.

원본 가사의 뒤쪽 마디는 어느 아낙이 그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불만을 투덜댄 것인데,

아줌마는 그걸 자신의 삶의 고달픔에 걸어서 바꾸어 부른 것이다. 내친 김에 물었다. "얼마나 안고 돌았죠?"  "호미자루 석 자루 녹이도록" "얼마 동안에요?"  "여름 한 철에"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단 한 철에 호미 자루를 셋씩이나 바꿔 끼우다니? 얼마나 호미로 부지런히 밭일을 했으면 그럴까?

그것도 호미 자루가 삭은 게 아니다. 녹았다고 했다. 그게 말이나 되는가?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호미로 밭을 매자면 온 몸에 땀이 밸 것이다.

호미 움켜쥔 손바닥이 화끈대면서 땀투성이가 되고 호미 자루도 땀으로 범벅이 될 게 뻔하다.

그래서 삭아서 못 쓰게 된 자루를 아줌마는 녹았다고 한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그건 허풍도 과장도 아니다. 실감이다.

 

이제 그 추억의 물레방아는 거의 사라지고 공원이나 음식점 한 귀퉁이에 눈요깃거리로 덩그러니 서있다. 지난주 TV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물레방아가 나왔다.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돌아가야 하거늘, 수로도 없는 빈 물레방아가 잘도 돌고 있단다.

그 도는 내력이 궁금해서 취재를 한거다. 살펴보니 조그마한 발바리 한 마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물레방아의 둥근 틀 속에 들어가 사람이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처럼 계속 뛰니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물레방아는 물이 없어도 돌아간다. 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에너지 고갈시대, 일본지진사태 보니 청정에너지라는 원자력도 위험하다. 헬스클럽이나 가정집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런닝머신을 쓰는데

물레방아의 원리를 이용한 제품을 만드는거다.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달리며 돌리자.

운동하며 전기도 얻자는 얘기다.

 

동네 공원에도 추억의 물레방아를 만들어 놓고,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달리며 돌리자.

운동도하고 전기도 얻고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겠나? 이런 것 만들면 충분히 사업성도 있다. 내가 아이디어 제공했으니 감 잡은 사람은 빨리 시작해라. 대박난다. 특허낼 때 원래 아이디어는 양샘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적어 주기만하면 된다.사업이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자체도 공원에 물레방아 많이 만들어 놓아야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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