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엔 왜 아라비아 숫자가 없을까?’
카이로 룩소르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어느 도시의 자동차 번호판에서도 ‘아라비아 숫자’를 찾을 수가 없다. 아랍의 맹주인 이집트에 왜 아라비아 숫자가 없을까.
아라비아 숫자는 아랍에서 만든 게 아니다. 인도에서 생겨난 후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에 전해지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유럽 수학자들 사이에서 아라비아 숫자가 급속히 퍼지게 된 것은 1202년 출간된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의 저서 ‘리베르 아바치(Liber Abaci)’ 이후로 알려져 있다. 아라비아 숫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는 주로 로마자를 썼다.
아라비아 숫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숫자의 위치에 따라 자릿수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456’에서 4는 ‘400’을 의미하는 식이다. 이처럼 위치에 따라 자릿수를 나타내려면 비어 있는 자릿수를 채워줄 ‘0’이 필수적이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인도는 공(空)의 개념에 익숙해 0도 쉽게 생각해 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0’은 인도 외의 메소포타미아나 마야 문명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이를 기호가 아닌 하나의 숫자로 취급해 자릿수로 활용한 것이 인도 수학자들의 공적으로 꼽힌다.
인류가 숫자를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숫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견됐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간단하고 단순한 모양의 기호인 ‘쐐기 문자’를 썼다.
이집트는 기원전 약 2600년부터 서기 4세기경까지 약 3000년 동안 지배 계층의 문자로 고유의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를 사용했다. 이집트는 고대에는 자신들만의 상형문자 같은 숫자를 썼다. 이집트에서 현재 쓰이는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와 기원은 비슷하지만 일종의 ‘방언’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이만근 교수는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작은 숫자들은 단순히 막대를 늘어놓은 모양으로 표시했다. 1000은 당시 나일 강가에 많았던 연꽃 모양을 따다 썼다. 큰 숫자에 해당하는 10만은 수많은 올챙이 알에 영향을 받은 듯 올챙이 한 마리를 활용했다. 특히 아주 큰 숫자인 100만은 사람이 두 손을 번쩍 들어 놀라워하는 모습을 형상화해 흥미롭다.
<이만근교수의 수학의 고향을 찾아서 / 카이로·룩소르=구자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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