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한가한 오후, 조지아 깃발을 단 유람선이 흑해에 떠 있다. 멀리 수평선과 그 위에 있는 구름을 바라보는 두 노인이 있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들은 과거를 말할까 아니면 미래를 말할까? 바로 내 발등에 떨어진 나의 운명과 다를 바 없는 그들. 조금은 슬프고.. 옮겨 온 글 2017.09.17
붓질 좋다. 붓질 좋다. 가필했겠지만 뼈대는 손맛 그대로다. 그래서 글씨는 선생 찾아 배우면 안 된다. 선생 글씨에 붙잡혀 자기 글씨 찾는데 20년이고 30년이고 걸린다면 선생은 창작의 목줄을 죄고 있는 뚜쟁이에 불과하다. 지금도 선생이 써준 글씨에 자기 낙관 찍어 공모전에서 상 받았다고 자랑.. 옮겨 온 글 2017.09.17
내 안에 박힌 업장 하나를 즐거이 캐냈다. 텐트 하나 세우는 데 기둥자리 잡으려고 이만 한 돌을 팠네. 기둥자리는 태어난 처소로서의 인연자리. 텐트 지붕은 주어진 영화로서의 계급. 파낸 돌은 지은 업장으로서의 무게와 크기. 그리고 깊이. 바위가 아니기 천만 다행이다.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몰두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천.. 옮겨 온 글 2017.09.17
만큼의 진리. 돌쩌귀 벌어진 그 만큼만 문 열리고 꽃받침 고인 그 만큼만 앵도꽃 피어나더라. 물소리 딱 그 만큼만 숲을 적시더라. 애틋한 그 만큼만 달 밝더라. 사물이 보인다는 것은 사물 식별할 그 만큼 밝고 맑다는 것이다. 불 없이도 달 없이도 보인다는 것은 지혜 그 만큼 켜켜하다는 것이다. 만큼.. 옮겨 온 글 2017.08.22
먼 산은 멀리 있고, 가까운 산은 애틋함에 있다. 목 빠지게 기다려준 사람에게는 가끔 목을 주물러줘야 한다. 한 번 삐끗 빠지면 잘 안 들어가므로 목 메이게 기다려준 사람에게는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줘야 한다. 언제 또 목 메일지 모르므로 애타게 기다려준 사람이 입 닫고 먼 산을 보면 기다리라, 목어(木魚)가 언제 말을 하던가. 그래.. 옮겨 온 글 2017.07.11
한 마리 키워볼까 칠면조. 그의 벼슬은 입을 가렸다. 닭벼슬처럼 하늘로 치솟은 것도 아니고 부리 앞에 귓볼처럼 늘어진 것이 제 아랫것들과 구분하는 턱벼슬도 아니면서. 그의 벼슬은 늘거나 준다. 놀라운 처세술이다. 하마트면 소리내어 웃을 뻔 했는데 우스꽝스럽게시리 부리 앞을 가린 벼슬이 다 뭐람. 하고. 저리 불편한 자리에 하필이면 벼슬이 붙어가지고 당상관 벼슬을 했나. 생원 벼슬을 했나. 어떻게 먹이를 취할까.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수염 때문에 구겨질 체면은 없어도 되는가. 코의 연장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숨 쉬는 구멍이 없다해도 부리 앞에 늘어진 저 벼슬은 코이기도 하면서 가장 예민한 촉수이기도 하다. 부리 앞에 늘어진 그의 벼슬은 일종의 안테나다.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본 후애 내린 결론이다. 낙향처사라도 경계심이 발동되.. 옮겨 온 글 2017.04.15
차 한 잔 하실래요? 기다린다. 쓸모있는 용도로 쓰일 때까지. 철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누가 와서 만지작거리다 놓아두기를 반복해도 그저 그렇게 있다. 수 년 전에 살까 말까 만지작거리던 영감이 죽어도 쇠토막들은 여전히 붉게 화장한 몸으로 해묵은 철물점 시렁 아래 놓여있다. 짓누르는 무게를 .. 옮겨 온 글 2017.04.15
한 가지 색만 있는 게 아니다. <여행작가 정은길> 한 가지 색만 있는 게 아니다. 하늘은 하늘색만 있는 게 아니다. 연한 파랑, 진한 파랑, 회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이 바로 하늘색이다. 노을도 마찬가지다. '붉은 노을'만 있는 게 아니다. 빨강, 주황, 노랑, 때로는 분홍까지! 노을의 색도 다양하다. 구름이 많을 땐 제대로 된 노을을 볼 수.. 옮겨 온 글 2017.01.14
우습구나! 길 위에서 길을 찾고, 소를 타고 소를 찾는 이여! 경허 스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수덕사~천장사~일락사~개심사~서산마애삼존불 경허 선사의 발자취가 서린 천장암 뒤란 돌계단길. 경허는 이 길을 오르내리며 ‘산다는 게 풀끝 이슬’임을 깨우쳤다. 하루살이인생, 끝도 시작도 없는, 가도가도 황톳길임을 알았다. ‘하루라는 오늘/오늘.. 옮겨 온 글 2016.12.18
여행자의 사진 여행을 할 때 꼭 챙기는 짐 중 하나가바로 '사진기'다.여행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그런데 여행 중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지,여행을 하다 사진을 찍는 것인지헷갈리기도 한다. 양손 가득 짐을 짊어지고서도 사진을 포기하지 못하고,해변가에 누워 휴식.. 옮겨 온 글 201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