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나의 이야기

이 시대를 살아내야

백수.白水 2011. 4. 18. 07:44

 

나는 어려서부터 산수, 수학에 빠른 적응력을 보였습니다.

초급이었지만 초등학교 때 학교대표 주산선수로 선발되기도 했고

군대에서는 빠른 계산이 생명인 보안직군의 암호병으로

암호의 조립과 분해를 담당하면서 사단대표로 전군 암호경연대회에 나갔지요.

 

직장에서도 금융 업무를 주로 했지요.

옛날에는 모두가 수작업. 모든 일을 손으로 쓰고 주판으로 계산했으니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중앙은행이나 본부의 사무감사, 매 월말, 6월말과

9월말의 가결산, 연말결산 때에는 며칠씩 밤샘을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세월, 정말 끔찍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객숫자도 업무의 영역도 수십 배로 늘어났습니다.

주산 잘하는 사람, 계산기 잘 두드리는 사람 수십 명을 동원한다 해도

그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아니면 이 세상이 돌아가지 않게 되어있는 거죠.


글을 쓰려면 수시로 사전과 옥편을 뒤적거려야 했고 참고문헌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내기도 힘들지만 참고문헌을 구하는 자체가 어려웠지요.

지금은 인터넷시대, 필요한 자료 찾아내는 일은 정말 식은 죽 먹기입니다.

어찌 그리도 쑥쑥 잘 뽑혀 나오는지 그저 적당히 가공만하면 보기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지요.


참으로 신기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보화시대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이렇게 되었지요.

쓰나미가 몰려오면 냅다 산으로 내달려야 살 수 있습니다.

가장 앞선 사람이 가장 유리한 거죠.

자동차 운전을 할 때도 법정규제속도를 준수해야 되지만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고,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를 잘 타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남들은 트랙터로 밭을 가는데 나 혼자 삽으로 땅 팔일도 아니고

전쟁터에서 자동화소총에 고무줄 새총을 쏘면서 맞대응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모두가 어울려 같이 사는 세상, 같이 살아가려면 같이 흘러가야 되지요.

이제 속속 출시되는 새로운 정보화기기의 적응력을 빨리 높이는 것이 경쟁력이지요.

이것이 이 세상의 대세요 흐름입니다.


그런데 좀 허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 마저 하지 않지만 인터넷고스톱을 치면 좀 썰렁하더라고요.

표정과 눈치를 봐 가면서 상대방의 속내를 읽어내고

화투장 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긴장감이 전혀 없어요.

맞고를 칠 때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옆에 있는 개평꾼이 제가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얄밉게 요거 내라고 화투장 확 뽑아내듯이 기계가 채트려가니 괜히 열을 받게 되더라고요.

맥주 한잔씩 마셔가며 상대방 약도 좀 올리고 탁탁 담요판에 화투장 때려내는 그 맛.

끝나고 돈을 딴 사람이 밖에 나가서 한 잔사는 그런 인간적인 맛이 없어요.

그저 기계적이고 감각적이지요.

스크린 골프도 매 한가지고....


인터넷검색도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감각적으로 자판을 빨리 두드리게 될 때가 많고....

SNS기기들도 때로는 정보의 소통은 빠른데

인간적인 면보다는 실전감각이 앞서 갈 때가 많더라고요.


오늘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봄비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소관입니다.


수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최대한 적절하게 활용하고,

짧지만 빠르게 소통하는 것은 정보화기기를 이용하는 장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계의 소관사항이니 너무 매몰되지 말고

때로는 좀 멀리 떨어져 사람의 소관사항을 찾아서 해야 될 일이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서 운동을 해주지 않습니다.

자동차만 타고 다니면 대 자연을 걸으며 생각할 수 있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헬리콥터타고 산 정상에 오른다고 그게 등산이 아니지요.

인터넷 화상회의를 통해서 고향친구들 동창모임을 한다면 웃기는 얘기이고요.

책이나 신문을 읽어내는 것도 인터넷 서적과는 질감과 그 느낌이 다릅니다.

독서는 우리가 죽을 때 까지 지녀야 할 인생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을 마주잡고 눈을 바라보며 데이트를 해야 정감이 흐르지요.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깊이 사유하며 감성의 지평을 넓히는 일

우리 스스로 찾아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기계문화와 인간의 공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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