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일은 들깨를 털자.

백수.白水 2013. 10. 17. 21:17

 

내 생일날이다.

축하드린다는 아들 며느리 손자의 전화가 줄을 잇는다.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돈도 넉넉히 보내왔다.

 

낮에는 이웃집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겉껍질을 벗겨낸 메밀을 맷돌에 타고

오후에는 햇볕에 말려 겉껍질이 툭툭 터진 도토리를 두말이나 깠다.

 

아내와 둘이서 적성에 나가 저녁을 먹으며 나 혼자 두꺼비소주 빨간 걸로 한 병을 걸쳤다.

집에 들어와 술김에 전화로 어릴 적 친구들과 오래도록 헛소리를 했다.

예전에 술에 취해 퇴근할 때 기분이 좋으면 고성방가를 했더랬는데...

지금은 가을인데도 어인일로 내입에선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는 노래가 나온다.

이건 분명히 유성기판이 계속 겉도는 거고, 누구의 거시기에 바늘이 찔린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또 다른 길이 있다.

         끝인가 싶어도 어는 새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된다.

         사는 것 또한 그렇지 않을까?

         소이줌마의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만하면 됐다. 한 잔술에 때로는 인생이 즐겁다.

내일은 들깨를 털어야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병원  (0) 2013.10.23
도리깨질을 하다.  (0) 2013.10.19
산부추꽃  (0) 2013.10.17
들깨를 베다.  (0) 2013.10.10
거두어 햇볕을 담아내다.  (0) 201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