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날이다.
축하드린다는 아들 며느리 손자의 전화가 줄을 잇는다.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돈도 넉넉히 보내왔다.
낮에는 이웃집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겉껍질을 벗겨낸 메밀을 맷돌에 타고
오후에는 햇볕에 말려 겉껍질이 툭툭 터진 도토리를 두말이나 깠다.
아내와 둘이서 적성에 나가 저녁을 먹으며 나 혼자 두꺼비소주 빨간 걸로 한 병을 걸쳤다.
집에 들어와 술김에 전화로 어릴 적 친구들과 오래도록 헛소리를 했다.
예전에 술에 취해 퇴근할 때 기분이 좋으면 고성방가를 했더랬는데...
지금은 가을인데도 어인일로 내입에선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는 노래가 나온다.
이건 분명히 유성기판이 계속 겉도는 거고, 누구의 거시기에 바늘이 찔린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또 다른 길이 있다.
끝인가 싶어도 어는 새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된다.
사는 것 또한 그렇지 않을까? 』
소이줌마의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만하면 됐다. 한 잔술에 때로는 인생이 즐겁다.
내일은 들깨를 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