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고향마을에서 아래윗집의 이웃으로
늘 함께 붙어 지내며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이 찾아와
부부동반의 오붓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봄날이 너무 좋아서 창밖의 데크에 자리를 마련했다.
추억이 어디 한두 가지겠느냐 마는
방학 때 소를 한 마리씩 몰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자유로이 풀을 뜯어먹으라고 고삐를 풀어 놓고는
둘이서 그늘에 앉아 장기를 두던 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여기저기 고장이 나면서 몸의 한쪽구석이 무너지고 있다는 서글픈 이야기서 부터
자식며느리와 손주들, 고향친구들의 근황,
퇴직 후 여가를 즐기며 사는 이야기 등 진진한 얘기가 이어진다.
이웃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를 모두 함께 다녔지만,
한 친구는 읍내에 있는 다른 중학교로 진학한 후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는 바람에 좀 일찍 길이 갈렸다.
이 친구는 충남에서 부부교사로 재직하다가
중학교교감으로 정년을 마친 후 지금은 예산읍내에서 살고 있다.
다른 한 친구는 십리가 넘는 신작로자갈길을 함께 걸어 다니며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태어나서 거의 20년을 같이 붙어 다닌 셈이다.
이 친구역시 선생님으로 경북지역에서 쭉 재직하다가
구미에 있는 공고의 교장으로 정년을 마치고 지금은 경북경산에서 살고 있는데
불원간 고향인 금산으로 옮겨 정착을 하겠다 하니 앞으로는 좀더 자주 보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서 생활한지라 몇 년에 한 번씩 서로 띄엄띄엄 만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셋이서 함께 자리한 것은 처음이며,
부인들 까지 합석했으니 더욱 뜻 깊다.
다들 술이 고래다.
몸은 예전같지 않은데 옛 기분에 취해 독한 야관문을 몇 병이나 비웠는지...
나도 그렇지만 속 쓰리다고 약을 지어갖고 다니며 술을 마신다.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서로 실력이 높다고 바둑을 두기도 하고...
서로 먼저 노래하겠다고 나서고, 큰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니
다들 음치의 3대요소를 갖춘 사람들이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친구들이 떠났다.
저녁때 쪽파를 옮겨 심었다.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농사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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