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국내여행. 산행

마음속의 업장(業障)을 씻어 내린다.

백수.白水 2017. 5. 3. 19:49

 

 

오늘은 불기2,561년으로 음력48일 석가모니탄신일이다.

서력기원(西曆紀元, AD)인 서기(西紀) 와 대비되는 불기(佛紀)를 잠깐 살필 필요가 있겠다.

 

서기(西紀)는 예수탄생에 맞췄기 때문에 금년이 서기로 2,017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기(佛紀)2,561년인 오늘이 석가탄생 2,561년이 되는 해는 아니라는 말이다.

서기와 달리 석가모니가 열반한 입멸(入滅)연도, 곧 불멸기원(佛滅紀元)을 기준으로 삼는 年代표시이기 때문이다.

 

석가모니의 생몰연대는 여러 설이 있으나

대체로 BC 624(지금으로부터 2,641년 전)에 히말라야 남쪽기슭 네팔(당시에는 인도)의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BC 544(80, 지금으로부터 2,561년 전)에 입멸한 것으로 생몰연대로 잡고 있다.

 

따라서 불기(佛紀)는 탄생년도보다 80년 후인 열반년도기준으로 계산돠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느 집 잔칫날이든 날이 좋아야 더욱 경사스럽지 아니한가.

부처님오신 날, 내일하루 징검다리를 건너뛰면 다시황금연휴로 이어지는 첫날이라서 아침부터 파란하늘과 싱그러운 신록에 가슴이 벅차다.

그리 머잖은 곳에 수덕사 개심사 등 유명사찰이 많지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소곳하고 고요한 절 천장사로 향했다.

 

 

 

 

 

지금띄엄띄엄 사월초파일에 절을 찾은 있으나, 이번에는 법회(法會)까지 참석하자는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법회는 스님이 설법을 하고 죽은 사람들의 재를 올리는 의식으로 진행된다.

103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되었는데 스님의 독경은 이어졌으나 스피커성능이 좋지 않아서 지글지글 끓었고,

불경이라는 것이 본래 우리말이 아니라서 말하자면 종주국의 어려운 원어(原語)이기 때문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스님의 목탁소리와 신도들이 다 같이 외우는 석가모니불축원의 소리에 산사전체가 경건한 분위기에 젖어든다.

법회 내내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을 모아보려 애를 썼으나 한줄기로 정리되는 것이 없었고, 

때때로 꾸벅거리며 졸다가 깨다가 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우리가족누구누구 잘 되게 해달라는 바람도, 나에게 마음의 평안을 달라는 기원도 일어나지 않았.

 

그런데 오로지 외롭고 고통스럽게 살다가 13년 전에 천상(天上)으로 올라간 동생의 모습이 왜 그리 떠오르는지...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파도처럼 철썩이며 밀려왔다.

눈을 감으면 살아생전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동생에게

그래 이제는 절대로 외롭고 괴롭지 말고 맘 편히 잘 살아라! 잘 살어!

맘속으로 그렇게 계속 되뇌일 수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부처님오신 날의 주요한 행사로는 연등(燃燈)과 욕불행사(浴佛行事)를 들 수 있겠다.

 

연등은 번뇌로 가득한 어두운 세계를 부처의 지혜로 밝게 비춘다는 의미이며,

 

아기부처 목욕시키기는 석가모니가 태어나자 구룡(九龍)이 와서 목욕시켰다는 전설에 따라,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 목욕시키는 의례를 말한다.

 

 

 

 

 

 

 

 

어떠한 기복행위와는 달리, 부처를 씻기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끼어있는 시기와 질투 미움과 번뇌 등 

업장(業障)의 찌꺼기를 씻어 내린다는 의미가 좋아서 욕불행사에 참여했다.

 

 

業障(업장)에서 업()은 지은 행위이며, 장은 업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있는 창고 같은 것이라

업을 청산하고자 해도 장()에 저장된 고질적인 오랜 습성을 없애지 않는 한 업장소멸이 안 된다고.

씨앗처럼 무의식에 잠재하여 있다가 인연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발동하니

다시 업을 낳고 장에 저장이 된다고 한다.

 

 

 

 

 

가난한 시골 절이다 보니 찾아온 불자가 100여명 남짓 될까? 그리 많지 않다.

부처님 앞에서 불자들은 불전(佛錢)에 따른 차별 없이 모두 평등하다.

공양은 누구나 똑 같이 비빔밥 한 그릇에 떡 한 봉지다.

이곳에서 만큼은 누구라도 기죽지 않는다.

 

 

 

 

 

연암산과 마주보고 있는 삼준산.

 

 

 

 

 

서해 쪽 천수만이 어렴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