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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66 니가 장남이니까 나도 따라간다.

백수.白水 2011. 7. 18. 09:48

 

 우송김대희의 다관

 

 

 

대성동  마을의 명경

 

 

니가 장남이니까 나도 따라간다.

 

동갑내기 친구는 이곳 대성동의 터줏대감이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시골 사람이라곤 집안 친척 몇 분 정도를 아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곳 대성동에 이사 와서 동갑내기인 친구 한 사람을 만나 TV 에서나 듣던  

농촌의  현실을, 농촌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기주의, 물질 만능주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환경 공해, 등   숨 막힐 것 같은 도시생활에  잠시 벗어나

이런 한가한 여유를 맛보게 된다는 것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겨울눈이 걷히자마자 과수원은 가지치기를 해야 되고, 까치 몇 마리는 죽어 나무 가지에 걸려야 되고????........

논에는 물을 대야  한다는 것을 ,

과수원의 가장 큰 적이 예쁘다고만 생각하던 까치였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왜 이리 대견한지.

허리가 ㄱ자로 굽고  <아버님 연세나 되었을까?  머리에 흰 서리가 수북하신 늙은 농부가

초 여름 콩을 심어 가을이 되어 <이제 힘이 들어 농사를 못 짓겠어......>

하시며 걷어 드리는 모습을 애틋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  나도  시골 사람이 되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골 생활이 처음인 아내의 실수도 .......

매실을 따 매실주를 담는다고 종자로 남겨놓은 꽃 복숭아까지 다  따는 실수를 저지르는 해프닝도

그냥 웃어 넘겨주는 농촌의 살아있는 인심에  흐믓하기만하다.( 매실이나 꽃 복숭아나 도시 사람들로선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복숭아는 다 복숭아지!!!! 백도, 황도,  천중도 라고 하던가.....? 여러 가지로 나누는 것을 보며,  

???이 복숭아 중의 왕이라고 우겨대는 화실  사람들에서 남대문 문턱이 ???????로 되었다는 서울 가보지도 않은 사람의 주장이

이길 수밖에 없는 작금의 웃기는 세상을 돌아보게 한다.

 

까치는 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걸 기준으로 집을 짓는다.(바람이 불어도 부서지지  않도록 )"

"먹새는 시상(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요즘 정치하는 X들에게 하는 말 같다.)"

소경이 등불 잡고 간다.( 남을 배려하는 것이  나를  지킨다.)"

"  가을비는 곡식이 여물지 못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사방 백리에서 나락(벼) 백석을 나라에서 감해준다.( 흉년을 예고) 

"처서가 되면 모기 입이 비뚤어져서 물지 못한다.  

이런 소중한 말을 도시 어디에 가서 들을 수 있을까?  

하루하루 , 시간 시간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지금이 너무 감사하다.  

동갑내기 친구는 이곳 대성동의 터줏대감이다.

아버님이 노인회 회장이시니   황태자 ? 이기도 하다. 나이가 오십이 넘었으니 실권이 있는 실제 황제이기도하다.

우리는 대성동의 지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농부라고 누구나 한농처럼 전형적인? 농부의 성품?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한농(閒農)이라고 불리우는 이 친구( 한명희)는  

항상 웃음을 얼굴 가득히 담고 다닌다.  푸근한 정이 듬뿍  담겨  있는 얼굴이다.

한농이라는 별명은 본인이 썩 좋아하는 별명도 아니다.   원래는 실농(失農)(實農)이었다.

동네 노인들이 따뜻한 봄날 모정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다가 농사꾼답지 않게

절에서 茶를 즐기는 한명희( 조선조 세조때 책사의 이름과 비슷하다)라는 친구를 보며

" 저 양반 실농(失農)하겠어. 농사  질 생각은 않고 차만 마시고  않았으니......쯧쯧"  하는 말에 졸지에 失農( 실농)이라는 아호?를 갖게 된 것이다.  

한참을 실농(失農)이라고 부르다가  말이 씨  되어 정말 농사가 잘못되면 큰 일 난다고 뜻을 달리하여

열매 실자로 고쳐 실농(實農) 이라고 봄 내내 부르다가 복숭아 농사가 잦은 비로 인하여 부실하자

장난삼아 廢農( 폐농) 이라고 몇 번 부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한가할  閒자를 붙여 閒農( 한농)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실제 아호는 而柳(이류)이지만  어느 새 한농(閒農)으로 고정이  되어있다.

그래도 친구는 싫은 기색 하나도 없이 씩 웃기만 한다.  

신혼 초라던가?

어느 땐가는 확실치  않지만 집안의 장남인 친구는 부모님 곁을 떠나 따로 살고 싶어 집을 구해놓고 이사를 가려하니 아버님이 허락을 하시고는

"나도 따라간다. 니가 장남이니까..." 하시는 통에

딸 아이 둘을 낳아 대학생 ,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삼대가 함께 사는

요즘 보기 드문 효자다. 나 역시 장남이지만 효자 친구를 둔 덕분에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죄스러운 마음이 한층 더하다.

팔십 객의 촌로인 친구의 아버님은 한시도  집안에 가만히 계시질 않는 매사에 꼼꼼 하신분이시다.

어렸을 적 비가 오는 날 !

아들보고 논에 갔다 오라해서 비를 다 맞고 논둑을 고치고 왔더니 삽을 들고 나가시더란다.

아들이 한일을 못 미더워서 본인이 직접 확인하러 가시는 분이란다.( 본인이 가실 바엔 왜 아들은 비를 맞히며 보냈는지 알 수 가 없다.)

무언가를 하셔야 마음이 편하신가?

비 오시는 날은 논에 물꼬를 봐야 되고 할일 없는 여름에도 한낮의 뜨거운 땡볕에서

길가 자투리땅에 심은 고추밭에서 벌레를 잡으시는 모습을 뵙고 그저 할 수 있는 말 "아버님 건강하셔야 됩니다. 땀 너무 많이 흘리지 마세요."

오십이 훨씬 넘은 아들이지만 외출해서 들어오지 않으면 집 앞 냇가에 앉아 기다리시는

헌병대장 같은 아버님 때문에 친구의 마음은 외출해서도 편하질 않다,

친구의 승합차를 얻어 타고 외출을 할라치면 "이크! 아버님 계신다. 찍히면 큰일 난다"하여

주위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는 해프닝도 재미있는 일 중에 하나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세대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식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친구도 부모와의 마찰이 없을 수  없지만 자식 된 도리를 다 하는 한농을 보며 나는????? 하는 반문을 아니 할 수 없다.

한농은 역시 한농(閒農)이다. 마음이 넉넉하다 못해 느긋하다. 

올 가을! 초보운전인가? 서툴게 운전하며  콤바인은 추수를 하는데 친구는 피곤에 지쳤는지

논둑에 비스듬히 팔 벼게를 베고 그냥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한농은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직접 만든 콩 ????로 콩도 타작하고 ,

나락도 추수하고, 다른 사람을 보며 그 소박한 웃음을 또 웃을 것이다. 지금도 들녘 어디엔가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방죽에 거적때기 풀어 놓는다는 것은 언제 풀어 놓으려나?  고기 다 잡아 가겠네!  아참!  내 죽순 삿갓도 아직 안 잊어 버렸네.

여보게 ! 한농! 시간나면 우리 차 한 잔 하세나. 자네를 만나 무척 좋다네.

 

오늘 아침!

차중락의 노래말처럼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며 산책을 즐기다가 자투리땅에 심은 고추밭 옆에 쑤시감이라고 하는가 ? 

아무튼 큰 주먹만 한 감이 주렁 주렁 열려 있어 재수가 좋으면 오늘 같은 날  

홍시 하나가 낙엽위에 살포시 떨어져 있어  흐....,,,,,,,,,,읍,,. 하고 들어 마시는 희열을 .........!!!!!!!! 본다

 

 

4338년 가을 고덕사 작은 선방에서

피아노, 현악

 

출처 : 사람사는소리
글쓴이 : 숲의내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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