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는데....
산촌(山村)인 우리 마을에 눈이 쌓일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구(詩句)가 있다.
박목월의 「이별의 노래」 그중에서도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라는 구절(句節) 말이다.
시를 음미(吟味)하며 노래를 들어보자.
<이별의 노래>
1.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 아 ~ 아~ 아 나도가고 너도가야지.~
2. 한 낮이 기울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 아 ~ 아~ 아 나도가고 너도가야지.~
3.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우리라
아 ~ 아 ~ 아 ~ 아 나도가고 너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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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부터 세차게 눈보라가 쳤는데
7시쯤 일어나보니 많은 눈이 쌓였고 기온은 영하8도까지 떨어졌다.
산촌에서는 내 집의 눈 치우기보다도 집밖의 고샅길을 먼저 틔우는 일이 먼저,
그렇지 않으면 발이 묶여 꼼짝을 못한다.
가래로 비탈진 포장길의 눈을 밀고 보니 바닥이 얼어 얼마나 미끄러운지...
그래서 나는 고샅길 눈을 칠 때는 아이젠을 장착하게 된다.
그러나 집안의 제설작업은 건성건성... 문밖 데크(마루)의 눈을 쓸지만,
마당잔디밭, 집으로 차가 들어오는 길, 창고와 보일러실 가는 길, 밭의 비닐하우스 가는 길 등은
아예 눈을 치지 않고 가래로 한번 밀어 꼭 필요한 좁은 통로만 뚫어놓는다.
때 되면 어련히 녹을까?
게으름을 피우면 신상이 편하고 여유로운 것을...
살아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성장을 멈추며 나이테를 만들고
동물들은 동면에 들며 혹한의 겨울을 난다.
이 겨울! 우리 유유자적(悠悠自適) 침잠(沈潛)의 시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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