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전원거(歸田園居) .... 시골에 돌아와 살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

인문학에 길을 /고미숙이 말하는 몸과 우주 70

<1 > 스마트폰과 일상

양기 빨아들이는 스마트폰…“反생명적 흐름을 끊어라” “천하를 이 손 안에!”라고 외친 황제가 있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외친 재벌 회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황제가 아니어도, 재벌 회장이 아니어도, 천하와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다. 막강한 군사력과 대자본을 거느릴 필요도 없다. 그냥 터치만으로도 무진장의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고 수천, 수만의 사람들과 동시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 초능력 혹은 마법의 일상화! 조만간 터치도 필요 없어진다고 한다. 입만 벙긋해도, 눈만 찡긋해도, 아니 잠깐 생각만 스쳐도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왜? 그게 스마트한 삶이니까. “혁신이란 그런 것이니까.” 자, 이 대목에서 한번 물어보자. 그럼 몸은 대체 어디 쓰는 거지? “팔다리도 필요 없다”, “근육과 뼈도..

<6 > 통하면 아프지 않다.

몸과 외부의 소통 중요 요즘 드라마의 공통 테마는 가족과 사랑이다. 헌데,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배신과 음모가 판을 친다. 거짓말은 기본이고 속이고 눙치고, 조폭 영화 뺨치는 수준이다. 만약 이것이 ‘리얼리티’라면 우리 시대의 집은 이제 스위트홈이 아니라 일종의 전쟁터다. 그런데 그 명분이 늘 사랑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저토록 끔찍한 전쟁을 치러야 하다니.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 하나. 저것이 일상이라면 몸이 과연 견딜 수 있을까. 거짓말과 음모는 단지 윤리적 사항이 아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일이다. 당연히 뇌파도 교란된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운명적 사랑’을 하려면 ‘정기신(精氣神)’이 엄청 소모될뿐더러 무의식에까지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인지 ..

<5 > 아픈 것도 삶의 일부…

질병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삶과 질병은 서로 대립하지 않아, 죽음은 생이 선사하는 최고 선물 “아프냐? 나도 아프다!” 멜로적 고백으로 종종 회자되는 대사다. 하지만 그 아우라를 걷어내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음미해 보라.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보살행으로도, 혹은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통속적 푸념으로도 들릴 것이다. 헌데, 멜로적 순정이든 보살의 아픔이든 중생의 하소연이든 핵심은 같다. 살아있는 한 누구나 다 아프다는 것. 이 우주에서 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란 없다. “형기가 갖추어진 다음에 아(아)가 생긴다. 아란 채(채)이고, 채란 병을 말하는 것으로 병이 이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아-채-병. 동의보감에 따르면 질병은 이 세 스텝을 밟는다. 아는 원초적 불균형을, ..

<4 > 나는 ‘별’이다!

생명의 원천은 우주…오장육부도 음양오행의 산물 동의보감은 양생을 기본 삼아 병막는 대신 타고난 원기 자양 1596년 선조는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한다. 허준의 나이 58세. 당시 조선은 전란의 와중이었다. 그때 선조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한의학사(史)를 간결하게 정리할 것, 섭생을 위주로 할 것, 만백성이 두루 활용할 수 있게 할 것. 허준은 선조의 당부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번째, 양생을 의학의 기본으로 삼았다. 질병에서 생명으로! 알다시피, 현대 임상의학은 위생을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병이 놓인 장소와 병인체(病因體)가 중요하다. 그것만 제거하면 만사 오케이! 마치 레이더망을 통해 적의 요새를 추적하고 다음엔 융단폭격을 하는 식. 그래서 현대의학을 전쟁모델이라고 한다. 전쟁..